뇌졸중 AI 진단 기술 한·미 다국적 검증 성공

고대구로병원·분당서울대병원 공동연구…AI 보조 시 진단 민감도 46.6%→63.7% 향상

(좌측부터)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 분당서울대학교 신경과 김범준 교수, 영상의학과 선우준 교수, JLK 류위선 전무
 

국내 연구진이 일반 뇌 CT(비조영 CT)만으로 급성 뇌졸중의 대혈관 폐색(LVO)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임상적 유효성을 한국과 미국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AI의 도움을 받을 경우 의료진의 진단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응급 뇌졸중 진료의 새로운 보조 도구로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 공동연구팀(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 영상의학과 선우준 교수, 제이엘케이(JLK) 류위선 전무)은 비조영 CT 기반 대혈관 폐색 검출 AI 알고리즘의 성능을 한국과 미국 환자 963명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응급질환으로, 막힌 혈관을 빠르게 재개통하는 혈전제거술 시행 여부가 환자의 생존과 후유증을 좌우한다.

현재는 조영제를 이용한 CT 혈관조영술이 표준 검사지만, 응급실 환경이나 환자 상태에 따라 검사가 지연되거나 시행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응급실에서 가장 먼저 시행하는 비조영 CT만으로 중증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요구돼 왔다.

연구팀은 제이엘케이가 개발한 비조영 CT 기반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한국 환자 723명, 미국 환자 240명 등 총 963명의 다국적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AI의 대혈관 폐색 진단 성능(AUC)은 한국 환자군에서 0.963, 미국 환자군에서 0.899를 기록하며 국가와 CT 장비가 달라도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전문의와 전공의 등 의료진 8명이 참여한 교차 판독도 함께 진행됐다. 의료진이 AI 도움 없이 비조영 CT를 판독했을 때 진단 정확도(AUC)는 0.718이었지만, AI를 함께 활용했을 경우 0.852까지 향상됐다.

특히 대혈관 폐색 환자를 찾아내는 민감도는 46.6%에서 63.7%로 크게 높아졌으며, 특이도 역시 91.9%에서 94.9%로 개선됐다. 연구팀은 의료진이 비조영 CT 약 18건을 판독할 때마다 기존에는 놓쳤을 대혈관 폐색 환자 1명을 AI의 도움으로 추가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I 결과를 의료진이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이른바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AI가 의료진의 임상 판단을 보완하는 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응급실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비조영 CT만으로도 중증 뇌졸중 환자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AI가 의료진의 판단을 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단 오류를 줄이는 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선우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비숙련 의료진이나 전공의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숙련된 전문의에 가까운 진단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며 "지역 의료기관이나 야간 응급진료 현장의 의료 수준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영상·신경중재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Interventional Surgery(JNIS)'에 게재됐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