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판독부터 병리·유전체 분석까지… 진단 정확도↑
[2026년 신년기획/ 보건산업 AI 열풍] 암 치료도 AI 시대
진단·분석·항암제 개발에 활용
환자별 맞춤 치료타깃 도출 강점
정밀의료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
인공지능(AI)이 의료 현장의 가장 깊숙한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특히 암 치료 분야는 AI 기술 도입 효과가 가장 빠르게 가시화되는 영역으로 꼽힌다. 영상 판독과 병리 분석, 유전체 해석을 넘어 치료 반응 예측과 맞춤 치료 전략 수립까지 AI가 개입하면서 암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2026년을 맞이한 보건산업계는 'AI 기반 암 치료'를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닌, 이미 현실이 된 의료 혁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의사의 경험과 축적된 임상 데이터에 의존하던 암 치료는 이제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학습한 AI 알고리즘과 결합해 보다 정밀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암 치료의 출발점은 정확한 진단이다. 최근 AI는 영상의학 분야에서 가장 먼저 존재감을 드러냈다. CT, MRI, PET-CT 등 영상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미세 병변까지 탐지하며 조기 암 진단의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폐암, 유방암, 간암 등 주요 암종에서 AI 영상 판독 솔루션은 전문의와 유사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더 높은 민감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진은 AI를 '의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닌 '진단의 오류를 줄이는 보조자'로 평가한다.
의료계는 "AI는 놓치기 쉬운 병변을 한 번 더 걸러주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며 "판독 시간 단축과 정확도 향상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의 활용 범위는 영상 판독을 넘어 병리 진단과 유전체 분석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미경으로 암 조직을 판독하던 병리 영역에서도 AI는 암의 아형 분류, 악성도 예측, 예후 판단에 활용되고 있다.
또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한 유전체 데이터는 인간이 해석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정보량을 갖고 있다. AI는 수많은 변이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 환자별 맞춤 치료 타깃을 도출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AI 기반 유전체 분석은 특정 항암제에 대한 반응 가능성을 예측하고,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는 데 기여하면서 '정밀의료' 구현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AI가 치료 전략 수립 단계까지 관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환자의 영상, 병리, 유전체, 임상 정보를 통합 분석해 가장 적합한 항암제 조합과 치료 순서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가 복잡하게 조합되는 최신 암 치료 환경에서 AI는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강력한 도구로 평가된다. 치료 반응이 좋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을 선별하고, 부작용 위험이 큰 환자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의료계는 "AI가 제시하는 치료 옵션은 참고 자료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매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며 "의사의 경험과 AI 분석이 결합될 때 치료 성과가 극대화된다"고 평가한다.
AI는 암 치료 이후의 관리 영역에서도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치료 반응 데이터와 장기 추적 정보를 학습한 AI는 재발 가능성과 생존율을 예측하고, 환자 맞춤형 추적 검사 주기를 제안할 수 있다.
이는 암을 '치료 후 끝나는 질환'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변화다. AI 기반 예후 예측은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AI 기반 암 치료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다. AI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질과 양에 좌우되지만, 국내 의료 데이터는 여전히 기관별로 분절돼 있고 표준화도 부족하다.
또한 AI가 제시한 판단에 대한 법적·윤리적 책임 소재 역시 명확하지 않다. AI 추천을 따랐을 때 발생한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료의 질을 끌어올리는 도구"라며 "제도적 기반과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6년은 AI 기반 암 치료가 '실험 단계'를 넘어 '임상 표준'으로 자리 잡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암 치료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역시 병원·기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AI 암 치료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향후 AI 기술이 의료진의 판단을 더욱 정교하게 보완하면서 암 치료 성적과 환자 경험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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