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는 어김없이 머릿결이 푸석해지고 손끝에 걸리는 일이 늘어난다. 이는 단순히 날씨가 '건조해서'가 아니라 모발의 뿌리인 두피 환경이 먼저 흔들리기 때문이다. 두피는 온도·습도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피부 조직이라,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시기에는 장벽 기능이 약해지고 균형이 깨지기 쉽다. 이 변화가 쌓이면 모발의 광택·탄성·수분 유지력까지 줄어들며 눈에 띄게 푸석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의료계에 따르면 민감성 두피일수록 피지 분비량과 구성 불균형, 장벽 기능 저하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모발이 쉽게 건조·부스스해지는 환경을 만든다.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강해지는 가을·초겨울에 머릿결이 한층 더 나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지는 단순히 '기름기'가 아니다. 두피에서 분비되는 천연 지질은 모발 외벽을 코팅해 광택을 유지하고, 수분 증발을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일교차가 큰 때 피지의 양과 조성이 쉽게 깨진다는 점이다.
국제두피학회에서는 민감성 두피 환자에서 피지 조성 변화와 함께 장벽 기능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장벽이 약해지면 수분 유지력이 떨어지고, 큐티클 사이로 미세한 틈이 생기며 머릿결이 쉽게 부스스해진다.
겨울철 머릿결을 지키는 기본은 두피 관리다. 우선 지나치게 뜨거운 물로 샴푸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머리를 말릴 때에도 너무 뜨거운 바람은 지양해야 한다. 머리의 물기를 50% 정도만 제거한 뒤, 미지근한 바람으로 충분히 말리는 게 큐티클 손상을 줄이는 핵심이다.
또한 주 1~2회 영양팩이나 단백질 트리트먼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모발이 자외선, 건조, 마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절기에는 아미노산·단백질 기반 보습제가 손상된 큐티클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의학적 처치를 더해 두피 환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그중 최근 두피·모발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지방줄기세포 기반 치료다. 지방줄기세포에는 성장인자, 면역세포 등이 풍부해 모낭 주변 환경을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흡입을 통해 얻은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 이를 두피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자가지방에서 추출한 지방줄기세포를 두피에 주입한 뒤, 모발 밀도 증가와 두피 염증 지표 개선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모낭 세포의 증식을 돕는 성장인자가 분비되고, 모낭 주변 미세혈관이 확장되면서 산소·영양 공급이 활발해진 게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절기처럼 두피 장벽과 피지 균형이 흔들리는 시기, 두피 환경을 탄탄히 다지는 방식의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지방줄기세포를 한 번에 사용하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간 보관·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생존력이 높은 세포만 선별해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꾸준한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는 평가다.
결국 계절 변화에 따라 머릿결이 달라지는 현상은 두피 환경 변화에서 시작된다. 생활 습관과 보습·단백질 케어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하다면 두피의 기반을 강화하는 의료적 선택지를 함께 고려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모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두피를 하나의 피부처럼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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