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관리 핵심은 '빼는 것'보다 '지키는 생활'

[전문의 건강칼럼]
좋은강안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과장

좋은강안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과장

겨울은 비만의 가장 큰 적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몸은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더 축적하려 하고, 외부 활동은 줄어든다. 따뜻한 음식과 고칼로리 간식이 유독 잘 당기는 계절이기도 하다. 실제로 겨울철에는 운동량이 감소하고 식사 패턴이 흐트러지면서 체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계절적 요인 때문에 겨울은 '체중이 늘기 쉬운 계절'이 아니라, 생활 리듬이 가장 쉽게 무너지는 계절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비만을 바라보는 시선은 흔히 체중에 머문다. 체중이 줄면 성공이고, 늘면 실패라는 단순한 판단이 붙는다. 하지만 실제로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체중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체지방과 대사 기능의 이상이이다.

특히 복부에 지방이 몰린 내장비만은 외형과 무관하게 혈압⋅혈당⋅지방간 위험을 빠르게 올린다. 한국인에게 흔한 '마른 비만' 역시 체중은 정상이지만 근육이 부족하고 지방이 많은 상태로, 겉으로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대사질환이 진행되기 쉽다.

이 같은 비만의 특성을 두고 체중만으로는 건강을 판단하기 어렵다. 체지방률과 근육량이 실제 건강 수준과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된다. 비만을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 건강이 보내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비만 관리의 출발은 특별한 식단이 아니라 식사 리듬의 정상화다. 겨울철일수록 아침을 거르고, 배고픔이 밀려올 때 몰아 먹는 패턴이 반복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혈당 변동이 커지고 체지방 축적이 더 활발해진다. 식사 속도 역시 중요한 요소다. 20분 이상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이 제때 형성돼 과식을 막아준다. 단 음료와 고당 식품은 겨울철 간식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바꾸는 '가장 빠른 경로'이기도 하다.

운동은 체중 감량을 위한 단기 전략이 아니라, 근육을 지키는 생활 습관이다. 특히 겨울에는 실외 활동이 줄면서 근육 손실이 쉽게 진행된다. 근육은 에너지를 쓰고 대사를 유지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근육량이 줄면 같은 양을 먹어도 체중이 더 쉽게 느는 것처럼 느껴진다. 스쿼트·런지·팔굽혀펴기 같은 간단한 대근육 운동을 실내에서라도 꾸준히 반복하면 체지방 감소와 혈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체중을 지키는 데 훨씬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날씨와 관계없이 유지할 수 있는 '실내 근력 루틴'이 겨울철 관리의 관건이다.

최근 관심이 높은 비만 약물치료도 분명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약물은 생활습관을 바로잡을 시간을 확보해 주는 보조 수단이다. 생활 패턴이 그대로라면 약을 끊는 순간 체중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쉽다.

약물은 체중을 대신 빼주는 해결책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재정돈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 주는 역할에 가깝다. 약을 병행하더라도 그 체중을 지키는 일은 결국 일상 관리가 맡게 된다.

△식사시간에 맞춰, 20분 이상 천천히 먹기 △단순당 피하기 (음료 빵 떡 면류 등) △싱겁게 먹고, 인스턴트 음식 피하기 △절주하기 △매일 20분이상 근력유지를 위한 운동하기 등 이런 소소한 선택들이 계절과 관계없이 몸을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비만은 의지 부족의 결과가 아니라 생활과 환경이 만들어낸 복합적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또한 지금의 몸을 탓하기보다, 흔들린 생활의 균형을 천천히 되돌리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비만 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체중을 빼느냐가 아니라, 내일의 몸이 조금 더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생활 리듬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체중계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건강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살피는 일이다.

도움말/좋은강안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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