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변수에 선별적 성장… AI·필수의료가 좌우
[2026년 신년기획2/ 증권가 보건산업 전망] 의료·의료기기
의료법인이나 병원 관련 상장사들 실적 제한적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안정적 성장세 기대
의대 증원 논란과 의료체계 개편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증권가는 2026년 의료·의료기기 산업을 '전면적 호황도, 전면적 침체도 아닌 선택과 집중의 해'로 진단하고 있다.
정책 변수의 영향이 큰 의료 서비스 분야는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한 반면, 의료기기 산업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구조적 성장 가능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 공통된 시각은 "의료는 정책, 의료기기는 기술과 시장이 좌우하는 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의료 서비스 산업에 대한 증권가의 시선은 여전히 신중하다. 의정 갈등 장기화, 전공의 수급 불균형, 수가 체계 개편 논의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인력 구조 불안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의료 서비스 분야는 구조적 수요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정책 불확실성이 기업 가치와 투자 심리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병원 운영 정상화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의료법인이나 병원 관련 상장사의 실적 가시성 역시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강화 기조는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응급·외상·중증 진료 인프라 확충과 관련된 의료기관, 공공의료 연계 사업은 정책 방향이 구체화될 경우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기기 산업은 의료 서비스 분야와 달리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가는 2026년 의료기기 산업을 "정책 리스크를 비교적 덜 받는 보건산업 내 안전 자산"으로 분류한다. 국내 의료 환경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글로벌 수요가 뒷받침되는 구조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영상진단기기, 체외진단, 수술기기, 디지털 치료·진단 솔루션 등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라는 구조적 수요에 기반해 안정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I 기술 접목이 본격화되면서 의료기기 산업의 밸류체인 자체가 고도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의료기기 산업은 더 이상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데이터·소프트웨어·플랫폼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AI 내시경, 영상 판독 보조, 로봇 수술, 원격 모니터링 기기는 이미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의료기기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한다.
2026년 의료기기 산업 전망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다. 다수의 증권 리포트는 AI 기반 진단·치료 보조 의료기기를 향후 3~5년간 가장 높은 성장성을 지닌 분야로 꼽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약처의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이후, AI 의료기기의 인허가 환경이 점차 정비되면서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증권가는 AI 의료기기에 대해 무조건적인 낙관론보다는 '검증된 기술 중심의 선별 투자'를 강조한다. 임상적 유효성과 실제 의료현장 활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은 단기 테마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AI 의료기기는 허가, 수가, 의료진 수용성이라는 세 개의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진정한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며 "단순 알고리즘 경쟁이 아니라 병원 시스템과의 연동성, 글로벌 확장성이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체외진단 분야 역시 2026년 의료기기 산업 내에서 안정적인 성장 섹터로 평가받고 있다. 팬데믹 특수 이후 일시적 조정 국면을 거쳤지만, 고령화와 예방의학 확산, 정밀진단 수요 증가가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수술용 소모품, 정형외과·신경외과 임플란트, 중환자 치료 관련 의료기기 등 필수 의료기기는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수요가 유지되는 '방어적 투자처'로 분류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환율과 해외 매출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2026년 보건산업 투자 전략으로 '산업 내 양극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의료 서비스 분야는 정책 리스크 관리가 핵심 변수인 반면, 의료기기 산업은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접근성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의료와 의료기기를 하나의 산업으로 묶어 보는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의료는 정책 가시성이 확보될 때까지 관망, 의료기기는 기술과 수출 경쟁력을 중심으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2026년 의료·의료기기 산업은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과 제도 변화의 파고 속에서 흔들리는 영역도 있지만, 기술 혁신과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성장하는 분야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증권가는 올해를 보건산업 재편의 분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