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의 문턱은 낮추고, 정부 정책에는 할 말을 하겠습니다."
최근 한국임상고혈압학회 수장에 취임한 이혁 회장이 조직 운영의 대대적인 혁신과 함께 정부의 검체검사 제도 개편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학회 내부적으로는 평의원회 체제를 새롭게 도입해 회원 중심의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대외적으로는 일차의료를 위협하는 정책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혁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회가 앞으로 10년, 20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정 임원 중심이 아니라 회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일차의료를 흔드는 제도 변화에는 학회가 책임감을 갖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학회 이끌 수 있는 구조"...평의원회 체제 전환
한국임상고혈압학회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조직 운영 방식에 큰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 창립 멤버와 임원 중심의 운영 구조에서 벗어나, 회원 누구나 학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평의원회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학회는 이를 바탕으로 회원 저변을 확대하고 전국 단위 학술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가정혈압연구회로 시작한 학회가 어느덧 20년이 됐다"며 "그동안 창립 멤버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앞으로는 고혈압에 관심 있는 의사라면 연차와 지역, 진료과에 관계없이 누구나 학회 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의원회는 단순히 조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학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변화"라며 "더 많은 회원들이 학문적 역량을 키우고 미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의 또 다른 과제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대국민 교육 확대를 제시했다.
AI 기반 심초음파와 혈관초음파, 가정혈압 모니터링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일차의료 현장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유튜브 채널 '알기 쉬운 고혈압'과 대국민 건강도서 발간 등을 통해 국민들의 혈압 관리 인식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오는 11월 광주에서 열리는 추계학술대회를 통해 지역 의료진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몽골 등 해외 학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국제 교류도 지속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이 회장은 "학회는 조직 혁신과 학술 발전은 물론, 잘못된 의료정책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학회가 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보다 건강하게 혈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검체검사 개편 피해는 환자" 재검토 촉구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27년 만에 추진되는 이번 개편은 20여 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돼 온 의원급 검체검사 시스템을 흔드는 정책"이라며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사료 지급 방식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수가 조정이 아니라 일차의료의 진료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고혈압처럼 지속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약물 효과와 합병증을 확인해야 하는 만성질환 관리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정부 계획대로라면 검체 관련 수익이 현재의 25~30%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과뿐 아니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검체검사 의존도가 높은 의원들은 정상적인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의원들은 비급여 진료 확대나 폐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고, 가장 큰 피해는 적기에 진단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절감한 재정을 중증환자 치료에 투입하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차의료가 무너지면 결국 중증환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수가 절감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새로운 보상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제도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시행과 함께 2~3년간 정책 효과를 평가한 뒤 추가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우선 일정 기간 운영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의료기관 생존과 환자 접근성에 문제가 확인된다면 반드시 새로운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회는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면서도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는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는 학회가 되겠다"며 "앞으로도 일차의료와 고혈압 관리 발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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