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국가검진 본격화…'검사자 질 관리'가 성패 가른다"
위대장내시경학회 "기관 규모보다 시술자 역량 중요"…전문의 교육·인증 통한 안전한 검진체계 구축 강조
2028년 대장암 1차검사 대장내시경 전환, 합병증 관리·배상보험·AI 내시경 적정 보상 등 제도적 지원 필요
2028년부터 대장암 국가검진이 대장내시경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누가, 얼마나 안전하게 검사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장내시경이 국가 검진의 핵심 검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검사 확대에 앞서 시술자의 전문성과 검사 질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회장 은수훈)는 6일 제48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8년 대장암 국가검진 도입을 비롯해 내시경 질 관리, 전문의 교육·인증, 소화기내시경 수가 현실화, AI 내시경 활용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심의·의결하고 2028년부터 대장암 국가검진의 1차 검사를 현행 분변잠혈검사에서 대장내시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5~74세 성인은 10년 주기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며, 건강보험 소득 하위 50%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전액 무료로, 그 외 대상자는 본인부담금 10%만 부담하게 된다.
이를 두고 학회는 무증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장내시경 국가검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철저한 검사 질 관리와 함께 의료진을 보호할 제도적 안전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검진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대학병원인지 의원인지와 같은 의료기관의 종별이 아니라 실제 검사를 시행하는 의사의 경험과 술기, 교육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대장암 국가검진 시범사업에서도 대학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이 모두 참여했으며, 검진 결과를 분석했을 때 기관의 규모보다는 시술자의 역량과 질 관리 수준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은수훈 회장은 "의원급에서 근무하더라도 시술자가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 합병증을 최소화하면서 용종 발견율이나 조기 대장암 발견율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가 시설과 인력 기준만 강화하기보다 기본적인 검진 환경을 갖춘 상태에서 실제 시술자의 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현 총무이사는 "폐암 검진이 대학병원 위주로 시작됐듯, 대장내시경 검진도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숙련도 높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우선 개방한 뒤 질 관리 상황을 보며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검진 인력 연수 교육 역시 내시경 전문학회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검진 내시경 인력의 표준화를 위해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내시경 전문의 자격인정시험을 실시했다. 필기와 실기시험을 모두 통과한 의료진에게 내시경 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며 검진 역량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검진의 특성상 일반적인 질환 진료보다 더욱 엄격한 안전관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장내시경에서는 검사와 용종절제 과정에서 출혈이나 천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가검진에 참여하는 의료진의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경근 이사장은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행위라는 전제가 있지만 검진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며 "검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은 국민 건강 측면에서 상당히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내시경의 합병증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검사자의 경험과 교육, 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또한 통계적으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천공 등 합병증에 대해 의사의 형사적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해 주는 법적 제도가 병행돼야 소신 진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회는 국가검진 참여 의사를 처음부터 모든 의료진에게 일률적으로 개방하기보다는 시범사업 참여 경험 등을 토대로 검진 역량을 확인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내시경 전문학회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연수교육과 질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전한 국가검진을 위해서는 검사자 교육뿐 아니라 의료사고 발생에 대비한 제도적 안전망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장암 국가검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배상보험 가입을 지원하거나 국가검진 내시경에 특화된 보험상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태훈 학술부회장은 "질 관리를 아무리 철저히 하더라도 천공이나 출혈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며 "검진기관과 의료진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배상보험과 같은 안전망을 갖추는 것도 국민 안전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의료진 교육과 함께 대장암 검진에 대한 대국민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대장내시경에 대해 막연한 불안이나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국민에게 검사의 필요성과 안전성, 검사 과정 등을 정확하게 알리고 국가검진 참여를 높이겠다는 이유에서다.
은수훈 회장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의사지만 검사를 받는 대상은 전 국민"이라며 "대장내시경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거나 여러 오해를 가진 경우도 있고 반대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위대장내시경학회는 국가검진 대응뿐 아니라 회원들의 임상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학술·교육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제47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공식 학술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지(KJDE)」를 창간한 데 이어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 제2호를 발간했다.
이번 학술지에는 2025년 위·대장암 검진 권고안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진단·치료, 항생제 내성과 제균 실패, AI를 활용한 고품질 대장내시경, 상부위장관 이물 제거, 내시경 검사·시술 후 보험청구 등 실제 개원가에서 활용도가 높은 주제가 담겼다.
은 회장은 "대장암 국가검진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이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회는 전문교육과 인증을 통한 질 관리뿐 아니라 정책 개선, AI 활용, 대국민 홍보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해 안전하고 수준 높은 대장내시경 검진체계를 만드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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