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 '새 기준'으로 위험 환자 가려낸다

삼성서울병원 이주명 교수팀, 국내 7개 기관 1003명 다기관 연구…미세혈관 기능장애 33.3% 확인

관상동맥에 뚜렷한 협착이 없더라도 흉통과 심근허혈을 일으킬 수 있는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CMD)를 새로운 지표로 평가하고, 향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주명 교수와 전남대병원 홍영준·이승헌·안준호 교수 공동연구팀은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MRR·Microvascular Resistance Reserve)'이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평가하고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는 다기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심장학 분야 국제학술지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최근호에 게재됐다.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필요한 만큼 혈류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관상동맥의 큰 혈관에 뚜렷한 협착이 없더라도 심근허혈이나 흉통이 발생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위험도 평가가 중요하다.

기존에는 미세혈관 기능을 평가할 때 관상동맥 혈류 예비력(CFR)과 미세혈관 저항 지수(IMR) 등이 주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심외막 관상동맥의 영향을 보정해 미세혈관 자체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MRR이 새로운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MRR은 혈류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관상동맥 미세혈관이 혈관 저항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MRR 값이 낮을수록 미세혈관의 혈류 조절 능력이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다만 MRR이 실제 환자의 미세혈관 기능장애와 장기적인 심혈관 예후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충분한 임상 근거가 축적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2022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국내 7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Multicenter FLOW-CMD Registry'를 통해 MRR의 임상적 의미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허혈성 심장질환이 의심돼 관상동맥조영술과 함께 생리학적 평가를 받은 환자 1003명이었다.

연구팀은 MRR 2.5 이하를 미세혈관 기능장애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33.3%인 334명에서 미세혈관 기능장애가 확인됐다. 이후 중앙값 1.9년 동안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미세혈관 기능장애군은 정상군에 비해 주요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이 1.9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심혈관사건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치료 목적의 재시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합한 복합지표로 평가했다.

2년간 주요 심혈관사건의 추정 발생률 역시 미세혈관 기능장애군에서 18.2%로, 정상군의 8.6% 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이번 결과는 MRR이 관상동맥 미세혈관의 기능 저하 여부를 평가하는 지표를 넘어 향후 심혈관사건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는 예후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승헌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여러 지표를 함께 고려해 평가해 온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미세혈관 저항 예비력'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보다 간결하게 평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새로운 평가 지표가 실제 환자의 예후와도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주명 교수는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관상동맥조영술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환자가 흉통을 호소하더라도 원인을 명확히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미세혈관 기능장애를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고 위험도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