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학회 "심부전 유병률 17년 빨라졌다…심뇌법에 넣어야"

아시아 최초 GRADE 진료지침 개정…장기기증·국제 사회공헌도 강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심부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있는 가운데 심부전학회가 국내 심부전 유병률이 당초 예상보다 17년이나 앞서 급증했다며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국회를 통과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후속 시행령에 심부전을 국가 관리 대상 질환으로 명시하고,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도 중증질환군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심부전학회(이사장 유병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는 11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국제학술대회 'Heart Failure Seoul 2026'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부전의 현주소와 정책 과제, 진료지침 개정 방향 등을 공개했다.

유병수 이사장은 이날 심부전의 가파른 증가세를 가장 먼저 짚었다. 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23년 기준 3.45%에 달했다. 이는 2016년 당시 2040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던 수준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예상보다 무려 17년 앞서 유병률이 높아진 셈이다.

유 이사장은 "심부전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막대하고 환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학회 차원의 대정부 소통과 홍보, 학술 활동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회가 주목하는 것은 증가 속도만이 아니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도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에서는 심부전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부전학회는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심뇌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심뇌혈관질환의 범위를 정비하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질환을 추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구체적인 질환 명시는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다.

학회는 이 과정에서 심부전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해영 정책이사는 "2014년 심뇌법 제정 당시 포함됐던 심부전이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법정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현재 2차 심뇌혈관질환 종합계획의 115개 세부 과제 중 심부전 관련 과제는 단 1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과의 불일치도 문제로 꼽았다. 현행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는 입원 환자의 70% 이상을 중증 환자로 채워야 하지만, 심장내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심부전은 비중증 일반질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실제 진료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이 이사는 "병원들이 중증 비율을 맞추기 위해 위급한 심부전 환자의 입원을 기피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비정상적인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환자들이 제때 입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이번 심뇌법 시행령과 전문질환군 분류에 심부전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날 새로운 심부전 진료지침의 방향도 제시했다. '심부전 진료지침 2026'은 아시아 심부전 분야 최초로 국제 표준 근거평가 체계인 GRADE(Grading of Recommendations, Assessment, Development and Evaluations) 방법론을 전면 도입해 개발하고 있다.

이상언 진료지침이사는 기존 진료지침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대규모 임상시험의 복합 평가변수에 의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혈관 사망과 입원 등 각각의 임상 결과에 대한 효과 크기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환자의 선호도와 의료비용,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실행 가능성까지 반영한다.

환자와 의료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 목표가 다르다는 점도 확인됐다. 학회 설문조사에서 의료진은 '생존 연장'을 가장 중요한 치료 목표로 꼽았다. 반면 환자들은 호흡곤란 등 증상 개선과 보행 능력 향상을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

약제비 부담에 대한 수용도 역시 조사됐다. 일반 경구제는 월 5만원, 희귀질환 치료제는 월 30만~50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이 이사는 "국제 표준인 코크란연합 한국지부와 협업해 개발하고 있다"며 "공청회와 유관 학회, 대한의학회 인증을 거쳐 연내 최종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회는 진료 현장을 넘어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학술대회 기간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과 함께 학회장에 뇌사 장기기증 상담 및 희망등록 부스를 마련했다.

국제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학회는 지난 7~8월 캄보디아 의료진을 대상으로 두 차례 '한-캄보디아 웨비나'를 개최하고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

이와함께 학회는 대국민 홍보 활동도 확대하며 유튜브 채널 '심봤다! 심부전 TV'와 전국 14개 병원 시민강좌를 통해 심부전 증상과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오는 9월 19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세계 심장의 날' 걷기대회에서도 대국민 홍보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