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이제는 '영양돌봄'입니다

[기고] 김정현 배재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정현 배재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국임상영양학회 지역사회영양위원회 위원장)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여든의 어르신. 약은 챙겨왔지만, 냉장고는 비어 있고, 혼자 차린 밥상에는 물에 만 밥과 김치가 전부다. 며칠, 몇 주가 지나면서 체중이 줄고 기운이 떨어진다. 병원에서의 치료가 끝났다고 건강관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으로 돌아온 뒤 매일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가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지난 3월 27일 '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신청에서 종합판정, 개인별지원계획, 서비스 제공과 모니터링까지 이어지는 통합지원체계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제도의 틀 안에 어떤 서비스를 채울 것인가이다.

그중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영양'이다. 노쇠와 만성질환, 씹고 삼키는 기능 저하, 식욕 감소, 혼자 사는 생활이 겹치면 '잘 먹는 일'부터 흔들리기 쉽다. 2026년 보건복지부 정책연구에서도 지역사회 영양관리는 여전히 식사 제공 중심이고, 영양위험 선별·평가와 그에 따른 중재·모니터링과 퇴원 이후의 연속적인 관리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이제는 '한 끼를 제공하는 식사지원'에서 '한 사람을 돌보는 영양돌봄'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영양돌봄은 단순히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영양위험을 먼저 찾아내고, 질환과 신체기능, 씹고 삼키는 능력, 식생활과 생활환경을 평가하여 개인별 계획을 세우고, 영양중재·식사지원을 제공한 뒤 그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의료·요양·돌봄서비스와 연결하는 것이다. 즉 선별–계획–중재–모니터링–연계가 이어지는 맞춤형 영양서비스다.

영양돌봄의 핵심은 '맞춤'과 '연결'이다. 같은 여든이라도 혼자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과 거동이 어려운 사람, 저작·연하곤란이 있는 사람, 퇴원 후 치료식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다르다. 실제 정책연구에서도 일반 재가노인부터 영양위험군, 노쇠·근감소증 위험군과 퇴원 후 재가복귀 노인까지 위험 수준에 따라 서비스를 단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10개 보건소·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노쇠예방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어르신의 노쇠를 조기에 발견하고 운동·영양·구강건강을 통합해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사업의 '영양'을 단순한 교육 항목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영양위험 선별에서 전문평가, 맞춤형 중재와 방문영양, 모니터링까지 이어지는 실제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양사의 역할, 표준절차와 서비스 기준, 지역 전문인력 연계, 방문영양의 재정적 기반과 성과관리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올해 영양의 날 주제는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영양사와 함께하는 재택영양관리'이다. 이제 영양의 날은 '무엇을 먹어야 건강한가'를 알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나 살던 곳에서 잘 먹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어떤 영양돌봄을 제공해야 하는가'를 함께 묻는 날이 돼야 한다. 영양의 날의 법정기념일 지정 역시 영양의 가치를 개인의 식생활 실천을 넘어 국민 건강과 지역사회 돌봄의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끼 식사를 넘어 한 사람의 영양과 건강, 그리고 일상을 함께 돌보는 것, 그것이 통합돌봄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영양돌봄'이다.


보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