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름 바뀌면 불안…환자 79% '성분명 처방' 반대
서울시의사회, 환자 2429명 인식조사 결과 공개…"의사 신뢰 89.7%vs약사 4.8%
황규석 회장 "의약분업 26년 종합 재평가 시급… 원내조제 선택권 돌려줘야"
임현선 위원장 "수급 불안 강제 성분명 처방으로 땜질, 징벌적 법안 즉각 철회"
성분명 처방에 반대하는 환자가 10명 중 8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처방약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진료 의사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89.7%로 약사를 꼽은 응답보다 크게 높았고, 진료받은 의료기관에서 직접 약을 조제받는 '원내조제'를 선호한다는 응답도 과반을 차지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를 근거로 현행 의약분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와 함께 환자가 원내조제와 원외조제를 선택할 수 있는 이른바 '국민선택분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1일 서울 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에서 '환자의 알권리와 의약품 안전을 위협하는 성분명처방 환자의견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제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경섭 서울시의사회 총무이사는 지난 6월 서울시 25개 자치구 병·의원 내방 환자 2429명을 대상으로 한국통계컨설팅에 의뢰해 실시한 '의약품 처방·조제 방식 대중 인식 실태조사' 결과를 상세히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분명 처방 입법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79.2%로 나타났다. 찬성은 9.6%에 그쳤다. 환자들이 성분명 처방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약이 바뀌는 데 따른 불안이었다.
제조사나 약의 모양·색상 등이 변경될 경우 약효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51.5%, 오복용 위험을 우려한다는 응답이 29.4%였다. 대체조제 이후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다는 데 대해서는 92.3%가 불안감을 나타냈다.
"복용약 브랜드 알아야 안심"
처방약에 대한 신뢰 주체에서도 의사와 약사 사이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약물 처방 시 가장 신뢰하는 주체로 '진료 의사'를 꼽은 응답은 89.7%였다. 반면 '약사'를 선택한 응답은 4.8%에 그쳤다.
자신이 복용할 처방약의 제품명이나 브랜드를 사전에 명확히 알고 있어야 안심된다는 응답도 87.6%였다. 동일 성분의 복제약 사이에 효능 차이가 발생할 경우 최초 처방받은 약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82.8%로 집계됐다.
원내조제에 대한 선호도 역시 과반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54.8%가 진료받은 병·의원에서 약을 조제받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원내조제 선호율이 61.8%까지 높아졌다. 성분명 처방 반대율 역시 50대 85.2%, 60대 이상 84.2%로 고령층에서 더욱 높게 나타났다.
현행 의약분업에 대한 체감 만족도에서는 '불편하다'는 응답이 33.5%로 '만족한다'는 응답 28.8%보다 높았다. 종합·대학병원 이용 환자에서는 불편하다는 응답이 72.6%로 의원급 이용자 31.5%보다 크게 높았다.
서울시의사회는 이 같은 결과가 현행 의약분업이 환자 입장에서 충분한 편의와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도 반발
최근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에 대해서도 서울시의사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의사회 성분명처방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임현선 부회장은 국가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성분명 처방은 동일 성분이면 동일한 약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제형과 첨가제, 체내 흡수율, 환자별 이상반응 등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의약품 수급 불안의 원인을 상품명 처방에서 찾는 것에도 반대를 표하며 임 위원장은 "필수의약품 품절의 원인을 상품명 처방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며 "낮은 약가 등으로 인해 제약사가 생산을 기피하는 문제와 공급망 문제 등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체계의 문제도 제기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진료현장 전산 화면과 DUR 연동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약국에서 대체조제가 이뤄졌음에도 의료기관에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전산 등록이 누락된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현재도 대체조제와 통보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하고 있는데 전면적인 성분명 처방이 도입되면 약화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더욱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향후 불법 대체조제 신고센터를 운영해 관련 사례를 수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제비 절감 효과를 둘러싼 주장에도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성분명 처방을 통한 약제비 절감 효과를 강조하기보다 약국 조제료와 복약지도료 등 건강보험 지출 구조 전반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 의약분업서 국민선택분업으로"
서울시의사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행 의약분업의 기본 틀을 재검토하고 '국민선택분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 원칙으로는 ▲처방과 책임의 일치 ▲상품명 처방권 유지 ▲환자의 조제 장소 선택권 보장을 제시했다.
우선 오는 7일 시작되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2429명 환자 설문 결과를 제시하고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의 문제점을 알릴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희귀·중증질환자, 소아환자 등을 대상으로 원내조제를 우선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제안한 뒤 국민선택분업의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황규석 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26년 동안 국민 편익과 약제비 절감 기여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객관적인 재평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이제는 공급자단체의 직역 이기주의를 넘어 국민의 건강과 편의를 최우선에 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가 약을 병·의원에서 탈지, 약국에서 탈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조제 선택권을 환원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진정한 요구"라며 "서울시의사회가 앞장서서 의약분업 전면 재평가와 국민선택분업 쟁취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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