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유통 60% 의료기관 직행… 의약분업 무력화 우려

위고비·마운자로 절반 이상 의원급 쏠림… 상위 10개 의원이 100만 개 독식에도 당국 실태조사 부재

비만치료용 자가주사제의 국내 유통 물량 절반 이상이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으로 직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약분업 원칙 훼손 및 무분별한 원내 조제·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이 이례적으로 많은 물량을 공급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원내 조제·판매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유통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는 2024년 10월 출시 이후 2026년 7월까지 전체 공급량(310만 222개)의 62%에 달하는 192만 373개가 의료기관으로 공급됐다. 마운자로 역시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전체 유통량(1,800만 7,121개) 중 56%인 1,005만 5,693개가 의료기관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의료기관 공급 물량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에 집중됐으며, 그중에서도 일부 의원이 이례적으로 방대한 물량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공급 비중은 위고비 88.2%, 마운자로 92.4%에 달한 반면, 상급종합병원 비중은 각각 2.0%, 0.5%에 불과했다.

특히 두 약제의 의원급 공급량 상위 10개 기관이 전체 의원급 공급량의 약 10~14%를 차지했으며, 두 약제 모두에서 공급량 상위 10위 안에 오른 6개 의원이 공급받은 물량만 총 107만 637개에 달했다. 수도권 A의원의 경우 마운자로 21만 9,944개와 위고비 2만 3,124개를 합쳐 총 24만 3,068개를 공급받아, 전국 상급종합병원 20곳과 종합병원 154곳의 마운자로 공급량 합계(20만 8,016개)를 뛰어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는 일반 의원급 평균 공급량의 약 344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아울러 비만 진료와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의원이나 폐업한 의료기관까지 공급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만 신고된 수도권 E의원이 위고비 공급량 5위, 마운자로 4위를 기록했으며, 성형외과·피부과 신고 의원들도 상위 10위권 내에 다수 포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비대면 진료 후 약물 즉시 수령 및 포장 편의를 강조하는 후기와 광고가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약사법상 자가주사제는 의료기관 내 직접 주사나 최초 투여 교육 등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원외처방을 통한 약국 조제가 원칙이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9월 유관 단체에 원외처방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공문 발송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실태조사나 현장 점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남인순 의원은 "의료기관 공급량이 60%를 넘어서는 기형적 유통 구조는 현행 의약분업 제도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라며 "보건 당국은 즉각 철저한 실태조사에 나서는 한편, 불법적인 원내 조제 및 오남용 판매를 근절할 실질적인 단속·제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유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