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가 어려운 근육침윤성 방광암 환자에게 수술 전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병용하고 수술 후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 전략이 재발과 진행 위험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최윤지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국제 3상 임상시험 'VOLGA 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지난 10월 24일 유럽종양학회(ESMO 2026) 주요 발표 세션인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발표됐으며, 세계적 의학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도 같은 날 게재됐다.
근육침윤성 방광암은 암세포가 방광 근육층까지 침범한 상태로, 수술 후에도 재발이나 원격 전이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근치적 방광절제술과 항암치료를 시행하지만, 고령이나 신장 기능 저하 등으로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치료 선택에 제약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새로운 약물 병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에는 전 세계 25개국 182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2022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를 받을 수 없거나 이를 거부한 근육침윤성 방광암 환자 695명을 대상으로 치료 결과를 비교했다.
환자는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 233명은 수술 전 면역항암제 더발루맙(durvalumab)과 ADC인 엔포투맙 베도틴(enfortumab vedotin)을 3주 간격으로 3주기 투여받고, 근치적 방광절제술 후 더발루맙을 추가로 투여받았다.
두 번째 그룹 233명은 두 약제에 또 다른 면역항암제인 트레멜리무맙(tremelimumab)을 추가한 치료를 받았다. 나머지 229명은 근치적 방광절제술을 시행하고 필요에 따라 수술 후 보조치료를 받는 대조군으로 설정됐다.
더발루맙과 트레멜리무맙은 면역세포의 항암 작용을 돕는 면역항암제다. 엔포투맙 베도틴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항암 성분을 전달하는 ADC다. 연구팀은 작용 기전이 다른 약제를 병용해 수술 전 종양을 줄이고 수술 후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까지 억제하는 효과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더발루맙과 엔포투맙 베도틴을 병용한 그룹의 24개월 무사건 생존율은 63.5%로 나타났다. 대조군의 45.1%보다 18.4%포인트 높은 수치다. 암의 재발이나 진행, 수술 미시행 또는 사망 등 연구에서 정의한 사건이 발생할 위험도 대조군보다 49% 낮았다.
전체 생존율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24개월 전체 생존율은 두 약제 병용군이 78.4%, 대조군이 69.4%였다. 병용군의 사망 위험은 대조군보다 4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 가지 약제를 병용한 그룹에서도 24개월 무사건 생존율은 60.1%로 대조군보다 높았다. 다만 이 그룹에서는 전체 생존율 개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두 약제 병용군과 세 약제 병용군을 직접 비교하도록 설계된 연구가 아니므로 어느 조합이 더 우수한지는 이번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수술로 절제한 조직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더발루맙과 엔포투맙 베도틴 병용군의 완전관해율은 45.1%로, 대조군의 9.6%보다 높았다. 수술 전 병용치료가 종양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다만 치료에 따른 이상반응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원인과 관계없이 발생한 3등급 이상 이상반응은 두 약제 병용군에서 71.1%, 세 약제 병용군에서 79.5%, 대조군에서 50.2%로 나타났다.
치료 관련 3등급 이상 이상반응은 두 약제 병용군에서 30.7%, 세 약제 병용군에서 44.5%였다. 피부 반응과 말초신경병증 등도 보고돼 치료 과정에서 면밀한 부작용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가 어려운 근육침윤성 방광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수술 전 면역항암제와 ADC를 병용하고 수술 후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전략이 재발·진행 억제뿐 아니라 생존 결과 개선과도 관련이 있음을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확인했다.
다만 약물 병용에 따른 이상반응과 환자별 전신 상태를 고려한 치료 선택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관찰도 필요하다.
최윤지 교수는 "근육침윤성 방광암은 적극적인 치료에도 재발 위험이 높고, 특히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치료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자에서 수술 전후 새로운 병용치료를 통해 재발 위험을 낮추고 전체 생존율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논문 제목은 'Durvalumab, Tremelimumab, and Enfortumab Vedotin in Muscle-Invasive Bladder Cancer'다. 연구 결과는 10월 24일 ESMO 2026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발표되고 *NEJM*에 동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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