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헬스케어 '라피스캔' 국내 첫선…심장검사 시간·절차 줄인다

체중 관계 없이 400㎍ 고정용량…10초 단회 정맥주사로 투여 간소화
선택적 A2A 수용체 작용으로 관상동맥 확장…심근관류영상·FFR 검사 활용

(왼쪽부터)김경수 대표, 강원준 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교수, 줄리오 싱 혼 곽(Julio Sing Hon Kwok) 홍콩침례병원 핵의학과 박사

심장 혈류를 평가하는 약물부하검사의 투여 방식이 달라질 전망이다. 약물을 6분가량 지속 주입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10초 단회 정맥주사로 약물부하를 유도하는 새로운 선택지가 국내에 들어왔다. 투여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진단 성능과 환자 안전을 함께 확보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GE헬스케어 진단의약품사업부 한국지사(법인명 GE헬스케어에이에스, 대표 김경수)는 5일 서울 소공동 더 그랜드 롯데 서울에서 심장 진단 약물부하제 '라피스캔주(Rapiscan·성분명 레가데노손)'의 국내 허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라피스캔주는 지난 7월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운동부하검사를 진행하기 어렵거나 적절하지 않은 성인 환자의 심근관류영상검사(MPI)에 사용한다. 관상동맥조영술 중 단일 관상동맥 협착 병변의 분획혈류예비력(FFR)을 측정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단, FFR 반복 측정이 예상되지 않는 경우에 한한다.

심근관류영상검사는 안정 상태와 부하 상태에서 심근 혈류 분포를 비교해 허혈 여부를 평가하는 검사다. 관상동맥이 좁아졌더라도 실제 심장 근육에 혈액 공급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운동이 어렵거나 적절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약물을 투여해 관상동맥 혈류를 증가시키는 약물부하검사가 대안으로 활용된다.

라피스캔주의 핵심 경쟁력은 투여 방식이다. 성인 환자에게 체중과 관계없이 400㎍을 고정용량으로 사용한다. 말초정맥을 통해 약 10초간 단회 주사하는 방식이다. 기존 아데노신처럼 체중별 용량을 계산하거나 주입펌프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할 필요가 없다.

김경수 GE헬스케어 진단의약품사업부 한국지사 대표는 "약물 준비와 투여 절차를 줄여 검사실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의료진이 약물 주입 과정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환자의 증상과 심전도, 혈압 등을 관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준 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교수

"검사 과정 부담 줄여야"…국내 의료진이 짚은 미충족 수요

이날 국내 진단 환경과 임상적 요구를 소개한 강원준 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심근관류영상검사의 중요성과 기존 약물부하 과정의 한계를 짚었다.

강 교수는 "관상동맥 협착 정도만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CT에서 혈관이 좁아진 모습이 확인되더라도 실제 심근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과 허혈 여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주로 사용하는 아데노신은 체중에 따라 용량을 계산한 뒤 약 6분간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한다. 투여 과정에서 얼굴 화끈거림이나 흉부 불편감 등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어 의료진의 관찰과 판단이 중요하다.

강 교수는 "환자가 계속 괴롭다고 말하면 투여를 중단해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현재 검사 과정에는 여러 불편과 부담이 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부하용 약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피스캔은 관상동맥 확장에 관여하는 아데노신 A2A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제다. 관상동맥 혈류를 증가시켜 심근관류영상검사에 필요한 약물부하 효과를 유도한다. 기존 아데노신의 지속 주입 방식과 달리 고정용량을 단회 투여할 수 있어 검사 준비와 약물 투여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심근관류영상검사는 관상동맥 협착이 실제 심근의 혈액 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운동부하가 어려운 환자에게도 필요한 검사를 원활히 제공하려면 약물부하의 효과와 함께 환자의 안전, 검사 과정의 편안함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피스캔주의 국내 도입이 이러한 임상적 요구에 부응하고 약물부하 심근관류검사의 선택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줄리오 싱 혼 곽(Julio Sing Hon Kwok) 홍콩침례병원 핵의학과 박사

해외 임상서 아데노신과 유사한 판독 일치율…홍콩 사용 경험도 소개

해외 임상 연구와 실제 사용 경험도 공유됐다. 발표를 맡은 줄리오 싱 혼 곽(Julio Sing Hon Kwok) 홍콩침례병원 핵의학과 박사는 레가데노손의 진단적 근거로 임상 3상 ADVANCE MPI 1·2 연구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모든 대상자가 먼저 아데노신을 이용한 심근관류영상검사를 받았다. 이후 레가데노손 검사군과 아데노신 반복 검사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허혈의 범위와 유무, 관류 결손의 변화 등을 판독한 결과 두 군 모두 첫 검사와 전반적으로 유사한 판독 일치율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홍콩의 실제 임상 현황도 소개했다. 곽 박사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레가데노손을 활용한 심근관류영상검사가 연간 약 2500건 시행되고 있다. 핵의학센터 절반 이상이 레가데노손을 유일한 약물부하제로 사용하거나 여러 약제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검사실 운영 측면에서는 체중별 용량 계산과 주입펌프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나의 정맥로를 통해 약물과 방사성 추적자를 순차적으로 투여할 수 있어 정맥로 확보가 어려운 환자나 인력이 부족한 검사실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 박사는 "임상 현장에서 주입펌프 설정이나 지속 주입에 필요한 절차가 줄어들면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심전도, 혈압을 관찰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며 "검사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환자 중심의 검사를 시행하는 데 실질적인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투여 절차가 간소화된다고 해서 환자 관찰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며 "약물 투여 후에도 심전도와 혈압, 환자 증상을 확인해야 한다. 또 환자가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되지 않으면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등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경수 대표

김경수 대표는 "라피스캔주의 국내 허가는 오랜 기간 해외에서 사용 경험과 임상 근거가 축적된 약물부하제를 국내에 도입함으로써 심장 진단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의 진단 및 검사 효율성과 환자의 검사 편의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국내에 공급하고, 의료진과 지속적인 학술 교류를 이어가 보다 나은 심장 진단 환경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라피스캔의 국내 출시는 내년 2~3월로 예상된다.

GE헬스케어 진단제약사업부는 2025년 기준 약 2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130개국에서 연간 1억4000만건 이상의 환자 검사와 시술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