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이 국민 건강을 위한 의료서비스로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 출발점 중 하나는 원료 한약재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2024년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에서 일반 국민은 한방의료의 우선 개선사항으로 '보험급여 적용 확대'(30.9%)와 '한약재의 안전성 확보'(23.7%)를 꼽았다.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2026~2030)도 이 조사 결과를 현황 분석에 인용하고, 한의약의 보장성·접근성 강화와 한약 안전사용 기반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의약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은 2020년 11월 시작돼 2024년 4월 2단계로 확대됐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한의약 건강돌봄사업과 한의난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받은 부부를 대상으로 한의약 난임치료를 지원한다.
또 '서울형 산후조리경비 지원사업'은 서울에 거주하는 산모에게 출생아 1명당 100만 원의 바우처를 지원하며, 한약 조제 비용 등 산후 회복을 위한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시민의 일상과 맞닿은 사업이 확대될수록 그 바탕이 되는 원료 한약재의 품질과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일도 중요해진다.
한약재의 품질과 안전성은 대한민국약전과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 등 국가 공정서의 관련 기준·규격에 따라 관리된다. 품목별로 성상, 확인시험, 순도시험, 지표성분 함량, 중금속·잔류농약 등 유해물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검사 결과 부적합이 확인된 제품은 관련 절차에 따라 봉함·봉인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유통되지 않도록 조치한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강북농수산물검사소는 1999년부터 서울약령시장에 자리하며 서울시와 자치구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한약재 도매업소와 한방병원 등 다양한 유통 경로의 한약재를 수거·검사하고 있다. 검사 결과는 연구원 누리집에 공개해 시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연구원의 역할은 부적합 제품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의 이용을 살피고, 검사 현장의 신뢰를 넓히다
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한약과 공공보건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검사 대상을 선정하고, 검사 결과와 안전관리 과정을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
연구원은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과 지방자치단체의 한의약 지원사업 등 이용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보건복지부 2023년 한약소비실태조사에 제시된 다빈도 처방 첩약 5종인 오적산·쌍화탕·당귀수산·궁하탕·갈근탕의 원료 한약재를 2025년 중점 검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검사계획과 주요 내용은 2025년 5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에게 알렸다. 또 서울형 산후조리경비 지원사업과 관련해 산후 회복에 흔히 사용하는 보허탕과 쌍화탕의 원료 한약재에 대한 안전성 조사도 실시했다. 이처럼 시민의 이용 현황을 고려한 검사로 생활과 밀접한 한약재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유통 한약재의 검사 결과를 제공하는 데 더해, 검사소의 과학적 검사체계와 정밀분석장비를 소개하고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대한한약협회와 중국 운남 상후이제약 관계자들이 검사소를 방문해 실험실과 검사체계를 살펴보고, 안전한 한약재 유통과 민관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한방진흥센터와 협력해 관광통역안내사협회 회원들에게도 검사소를 소개하고 서울시의 한약재 품질관리 과정을 설명했다. 2022년부터는 서북병원이 주관하는 약학대학생 실무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약재 감별과 안전성 검사에 관한 현장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검사·연구 결과를 학술논문과 학술대회 포스터 발표를 통해 공유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검사역량을 높이고 있다.
검사 품목을 넓히고, 시험법을 개선하다
연구원은 유통 한약재의 품질과 안전성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시험항목별 검사 대상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5년에는 지표성분 함량 검사 대상 품목을 늘렸고, 올해는 겉모양(성상)만으로 감별하기 어렵거나 다른 약재와 혼동될 우려가 있는 한약재들을 확인시험과 순도시험 대상에 추가했다.
또 국가 공정서에 정해진 시험법을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바탕으로 시험법 개선과 기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골쇄보다. 골쇄보는 곡궐의 뿌리줄기에서 비늘조각을 태워 제거한 약재이고 절단된 상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겉모양만으로는 기원을 감별하기 어렵다. 이에 연구원은 기존 대한민국약전 확인시험법의 개선과 지표성분 정량시험법의 신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안하기 위해 '의약품등 시험방법 밸리데이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당 시험법의 신뢰성을 검증했다.
앞으로도 연구원은 한의약을 활용한 의료·돌봄사업 확대에 발맞춰 검사 대상과 시험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검사 과정과 결과를 시민에게 알릴 것이다. 또 현장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노력으로 시민이 안심하고 한약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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