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줄기세포 치료 막는다…국내 재생의료 문턱 낮아지나"

'치료 대비 자산' 셀뱅킹 시장도 재조명

모닛셀 지방줄기세포연구소 내부 전경

해외로 향하던 줄기세포 치료 수요를 국내 의료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 제도 개선을 통해 해외 임상자료 활용 범위를 넓히고, 중·저위험 연구의 심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재생의료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향후 치료에 대비해 자가 세포를 미리 보관하는 '셀뱅킹(Cell Banking)' 시장에도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자가 줄기세포를 활용한 재생의료 치료를 원하는 일부 환자들은 일본·미국·동남아 등 해외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임상연구와 실제 치료 사이의 제도적 간극이 크고, 해외에서 이미 활용 중인 치료법이라 하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자료와 절차를 다시 요구받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만성 통증, 조직 재생 분야에서는 '국내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해외에서는 가능한 치료'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원정 치료가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환자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와 비용 부담, 사후 관리 한계 등 복합적인 문제를 동반해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도 제도 손질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첨단재생의료 관련 제도를 개선해 해외 임상시험이나 연구 결과를 국내 치료계획 심의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저위험 임상연구의 경우 자료 제출 요건을 합리화하고, 규제샌드박스 적용 범위를 확대해 제도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해외에서 일정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치료법에 대해 국내에서도 보다 현실적인 검토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해외 원정 치료 수요를 줄이고, 환자 관리와 치료 과정 전반을 국내 의료 시스템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모든 재생의료 치료가 즉각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질환의 위험도, 세포 처리 방식, 임상 근거 수준 등에 따라 개별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며, 안전성 검증 원칙은 유지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재생의료 제도 개선 움직임은 셀뱅킹의 의미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셀뱅킹은 자가 줄기세포나 재생 관련 세포를 미리 채취해 장기 동결 보관하는 서비스로, 향후 재생의료 치료가 가능해질 경우 본인의 세포를 치료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개념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재생의료 치료 경로가 제한적이라는 인식 탓에 셀뱅킹 역시 '장기적인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제도 완화로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셀뱅킹이 단순한 선택이 아닌 '치료 대비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365mc대전병원 지방줄기세포센터 김대겸 병원장은 "국내 재생의료 규제가 엄격했던 시기에는 셀뱅킹의 활용 범위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관련 제도가 정비되고 임상 적용 가능성이 확대되면, 셀뱅킹을 기반으로 한 실제 치료 활용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해외로 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원정치료 수요를 줄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셀뱅킹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지방 유래 줄기세포다. 지방 조직에는 줄기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재생 관련 세포가 풍부하게 존재하며, 동일한 양의 조직 기준으로 골수나 혈액보다 많은 세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돼 왔다.

또한 지방흡입술을 통해 비교적 용이하게 채취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지방 유래 줄기세포는 향후 재생의료 치료 확대 과정에서 현실적인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에 따르면 전 세계 줄기세포 뱅킹 시장 규모는 올해 89억3000만달러(약 13조원)에서 2035년 345억9000만달러(약 51조원)로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의료 시대를 대비한 장기적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의료기관과 바이오 기업들도 셀뱅킹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줄기세포 수율과 생존율을 높이는 추출 기술, 장기 동결 보관 과정에서의 품질 유지 등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일례로 365mc는 지방흡입 과정에서 확보한 지방 조직을 활용해 줄기세포 분리·보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바이오기업 모닛셀과 협력해 개발한 추출 공정을 원내에 적용하며, 지방 1ml당 줄기세포 수율이 기존 대비 5~27배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김 병원장은 "셀뱅킹의 경쟁력은 단순한 보관을 넘어, 채취부터 추출·동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앞으로는 장기 보관 환경에서도 세포의 품질과 활용 가능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셀뱅킹 시장의 성장은 재생의료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제도 운영과 임상 성과가 뒷받침된다면, 줄기세포를 미리 확보해 두는 전략은 더 이상 막연한 선택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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