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공중보건의 '제로' 경고… "지역의료 붕괴 초읽기"

5년 새 인력 75% 급감… 400개 읍·면 무의촌 전락 현실화

2026년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 배출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의료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불과 5년 만에 공중보건의사 인력이 75% 가까이 급감하면서, 전국 400여개 읍·면 지역이 의료 공백 상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이성환, 대공협)는 국방부와 병무청의 일방적인 인력 감축 기조가 지속될 경우, 지역 공공의료 체계는 회복 불가능한 붕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20일 "2026년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 수급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국방부와 병무청은 일방적인 인력 감축안을 즉각 철회하고, 복무기간 단축을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공협에 따르면 연간 700명 안팎이던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는 2025년 기준 25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체 공중보건의사 인력 역시 한때 2000명에 달했으나 이미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6년 신규 수급마저 끊길 경우, 전체 인력은 5년 전 대비 4분의 1 수준인 500명 선에 그치게 된다. 사실상 공중보건의사 인력의 75%가 사라지는 셈이다.

의료 공백의 파장은 지역 현장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 대공협이 자체 조사한 결과, 전국 보건지소 1,275곳 가운데 459곳은 반경 4km 이내에 민간 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서는 보건지소가 사실상 유일한 의료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중보건의사 감축으로 보건지소 운영이 중단될 경우, 최소 400곳 이상의 읍·면 지역이 '무의촌'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이 대공협의 경고다.

대공협은 공중보건의사를 "민간 의료가 닿지 못하는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버텨온 공공의료의 최후 안전망"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 안전망의 붕괴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책무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으로는 불투명한 수급 정책과 장기화된 복무기간이 동시에 지목되고 있다.

대공협은 "공중보건의사 수급 결정권을 쥔 국방부와 병무청이 명확한 배정 기준이나 중장기 계획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병무청이 2025년 3월 보건복지부에 향후 4년간 배치 가능한 공중보건의사 자원이 총 712명에 불과하다고 통보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기존 수급 계획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의료 공백이 초래할 사회적 위험성에 대해서도 강한 경고가 이어졌다.

대공협은 "지방 치안 인력을 75% 감축하는 것이 주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 인력의 급격한 소멸은 지역 보건 체계를 껍데기만 남긴 채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문은 열려 있으나 의사가 없는 보건지소와 의료원은 주민들을 고향 땅에서 의료 난민으로 내모는 행정 실패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무기간 문제도 수급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은 37개월로, 일반 사병 복무기간이 18개월까지 단축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대공협은 "의과대학생 2,46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0% 이상이 복무기간이 24개월로 단축될 경우 공중보건의사 또는 군의관 복무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며 "복무기간 현실화는 공중보건의사 수급 기반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일 대공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신규 공중보건의사 수급이 끊기는 순간, 지역 의료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며 "기존 수급 가이드라인을 전제로 현장이 대비해 온 만큼, 갑작스러운 인력 축소는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를 동시에 무너뜨리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환 회장 역시 "국방부와 병무청은 공중보건의사 배정 기준과 중장기 수급 전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지역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책임 있는 결단과 함께, 복무기간 단축 논의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공협은 끝으로 "대한민국의 지역 공공의료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며, 주민의 생명권은 행정적 조정의 도구가 될 수 없다"며 "지역 의료의 마지막 불씨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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