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의료기기 정책·허가·GMP·갱신 개편 방향 공유

의료기기 업체 대표자 간담회 개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의료기기 업체 대표자 간담회'를 지난 23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서울에서 열고, 2026년 의료기기 분야 주요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간담회에는 기업 CEO를 비롯해 협·단체, 식약처 관계자들이 참석해 허가·GMP·품목갱신 제도개선 사항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식약처 이남희 의료기기안전국장은 "이번 간담회는 식약처가 바라보는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라며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은 정리해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식약처가 발표한 제도개선 방향의 전반적인 기조는 규제 부담을 완화하되, 기업의 책임성과 제도 운영의 예측성을 높이는 데 맞춰졌다.

먼저 의료기기 허가·심사의 '속도와 예측성'을 높이기 위한 운영 방향을 공유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허가 기간을 최대 398일에서 240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허가 신청 이전 단계부터 기업의 자료 준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규제지원 서비스를 추진한다.

허가 신청 이전에는 기술문서나 임상시험 자료 준비 과정을 심층 점검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신청 이후에는 전문 심사팀을 구성해 기술문서·임상·품질 등 자료를 병렬로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대면 회의도 확대해, 기업별 상황에 맞춘 민원 상담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허가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온 '보완율'을 줄이겠다는 시도다. 자료 준비가 미흡하면 보완 요구가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단순한 보완을 넘어 다시 자료를 생산해야 하는 수준까지 이어지면서 전체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남희 국장

이남희 국장은 "초기 단계에서 심사 자료의 방향성을 맞추는 것이 전체 기간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전검토와 달리, 규제지원 서비스는 법적 민원이 아닌 자문 성격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는 점도 전했다.

다만 허가 기간 단축 목표가 모든 품목군에서 동일하게 체감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나왔다. 기술 난이도와 임상 요구 수준이 높은 품목일수록 실제 심사 기간 단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서다.

변경허가 제도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된다. 안전성·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경만 사전 허가 대상으로 관리하고, 그 외 변경은 기업 책임 하에 자율 관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체외진단·디지털의료기기에 적용 중인 방식을 일반 의료기기로 확대하는 셈이다. 이는 사소한 변경에도 허가 절차를 거쳐야 했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기업의 자율성과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장비 업체 대표는 "색상 변경이나 앱 업데이트 시에도 사전 허가를 받아야 했던 비효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자율 관리 범위와 책임 기준이 모호하면 오히려 업계의 혼선이 커질 수 있다"며 구체적인 가이드 마련을 요청했다.

'기술문서 심사-인증' 절차를 통합하는 인증 원스톱 처리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2등급 인증 대상 의료기기에 대한 기술문서심사기관 심사 이후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의 인증 과정에서 기술문서에 대한 추가 보완이 발생해 인증 기간이 늘어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식약처는 두 단계를 통합해 처리함으로써 전체 소요 기간을 약 40일에서 25일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는 원스톱 처리와 기존 방식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정보원 외 기술문서심사기관을 이용할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순차 절차가 적용된다. 식약처는 보완율이 높은 품목에 대해 시범사업을 통해 별도의 처리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료기기 허가·심사 소통단인 '코러스 메디(CHORUS-MEDE)'의 역할도 확대된다. 기존 허가·심사 분과에 더해 정책, GMP, 갱신 분과를 신설하고, 식약처 의료기기안전국과 식약평가원 의료기기심사부 전 부서가 참여하는 단일 소통 창구로 운영한다. 또한, 그간 규제업무(RA) 인력을 갖춘 대기업·수입사 위주로 참여가 편중됐다는 지적을 반영해, 제조·수입 구분과 기업 규모를 고려한 균형 있는 분과 구성을 추진한다.

정호 의료기기관리과장은 "코러스 메디를 통해 업계 의견을 듣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제도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GMP 분야는 그간의 제도개선 효과와 향후 계획을 함께 공유했다. 지난해 4월 도입된 3등급 의료기기 단독심사 전환으로 심사자 배정 대기 기간은 80% 줄었고, 평균 심사 기간도 15% 단축됐다. 또한 제조의뢰자-제조자 관계에서 제조의뢰자가 변경·추가되는 경우 GMP 심사를 면제하는 개선이 지난 연말 반영됐다.

신개발·혁신의료기기와 공급 중단 우려 품목 등에 대해서는 우선심사 제도를 공식화하고, 식약처 내 우선심사 전담팀을 구성해 신속심사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는 '제조의뢰자-제조자-수탁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조합형 중복 심사'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호소했다. 동일 제조의뢰자 아래 제조자가 달라지거나, 제조자 아래 수탁자까지 주요 공정 수행 제조자로 간주돼 각각 GMP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허가 자료와 제조원 자료를 비교·검토하는 방식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두 자료의 경미한 차이로 전체 심사가 지연되면서, 같은 제조소에서 생산하는 다른 품목까지 영향을 받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김진휘 의료기기관리과장은 "업계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코러스 메디 GMP 분과 논의를 통해 업계와 함께 실행 가능한 해법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품목갱신 제도는 2주기부터 안전성·유효성 유지 여부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기존 운영 계획을 조정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당초 2주기(2030~2034년)부터 2~4등급 의료기기에 대해 해당 자료 제출이 일괄적으로 요구될 예정이었으나, 자료 요건을 완화하고 위해도 기반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제출자료 중 허가 당시 제출된 자료와 최신 규격 간 차이를 분석·평가한 이른바 '갭 분석' 자료는 시험·검사기관이 발급한 자료만 인정됐다. 식약처는 이를 개선해 업체가 작성한 갭 분석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자료를 직접 검토할 계획이다. 이는 갱신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변화로, 다품목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체감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주기에는 4등급 의료기기에 한해 시험성적서 또는 갭 분석 자료를 요구하고, 3주기에 3·4등급으로 확대한다. 2등급은 품질관리 자료와 시판 후 안전성 자료 위주로 검토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업체마다 갭 분석, 품질관리 등 자료 수준이 다른 현실을 고려해, 심사 기준과 평가 사례를 축적하기 위해 오는 3월부터 전문가 자문단을 운영하고 시범사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전문가 자문단은 전기·기계, 의료용품, 치과재료, 체외진단 등 4개 분과로 구성하며, 시험검사 기관, ISO·IEC, 품질관리심사기관, 식약처 산하 의료기기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업계에서는 "합리적인 개선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식약처가 많은 고민을 해온 것이 느껴진다"며 "기업이 준비해야 할 자료 기준과 구체적인 가이드 마련에도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담회 전반에서 업계는 의료기기산업의 '다양성'을 거듭 언급했다. 기업 규모와 품목 특성, 기술 주기가 매우 다양한 만큼,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장비·소모품 등 유형과 시장 구조를 반영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제 기업 현장에서 변화가 체감되기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와 이행 계획 마련 과정에서도 산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함께 임상 요구 수준과 시험·검사 비용이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과, 국제 기준과의 규제 정합성을 높여 달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아울러 기업 규모나 제조·수입 구분에 따른 현실을 반영해, 보다 세분화된 소통 창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남희 국장은 "업계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해 기업의 부담은 줄이고 정책의 실효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추진해 나가겠다"며, "소통단과 협의체를 통해 업계와 논의를 이어가고 경험 있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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