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만 나타나는 소뇌경색, 이석증으로 오인하기 쉽다

마비·언어장애 없어 진단 지연 빈번… "30분 이상 지속되면 뇌 MRI 필요"

세란병원 신경과 윤승재 과장

많은 환자들이 뇌경색이라고 하면 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증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뇌의 뒷부분에 위치한 소뇌에 발생하는 뇌경색은 조금 다르다. 마비 증상 없이 초기에는 어지럼증으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으로 오해하기 쉽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 진단이 늦어져 갑작스럽게 증상이 악화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 뇌는 크게 대뇌와 소뇌로 나뉜다. 대뇌는 운동, 감각, 언어를 담당하고 소뇌는 귀(전정기관), 눈, 근육과 관절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종합해서 몸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래서 이 부위에 혈류 장애가 생기면 마비도 없고, 손발에도 힘 빠짐이 없는데 어지럼증만 나타나기 쉽다.

소뇌경색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보다는 몸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중심이 무너지는 느낌인 경우가 많다. 특히 혼자 걷기 힘들어 벽을 짚는 보행 불안정은 소뇌경색 가능성이 높은 신호이다. 소뇌에 혈류가 끊기면 뇌는 '몸이 어디에 있는지' 혼란을 겪게 되고, 그 결과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어지럼증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물건을 잡으려고 해도 빗나가고, 미세한 손가락 조절이 안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다만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더라도 급성기에는 CT에서는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소뇌와 뇌간경색은 후두부 깊숙한 부위에 위치하고, 병변 크기가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CT가 정상이라도 위험 신호가 있다면 MRI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며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 병력이 있거나 50세 이후 처음 생긴 심한 어지럼증이라면 유심히 살펴야 한다.

세란병원 신경과 윤승재 과장은 "소뇌경색은 팔다리 힘이 멀쩡한 채 어지럼증만 나타날 수 있고, 초기인 경우에는 CT에서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며 "심한 어지럼증이 짧게 지속되는 상태보다, 정도가 심하지 않아도 지속시간이 긴 경우 뇌경색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30분 이상 지속되는 어지럼증은 반드시 병원을 가서 진단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석증은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보통 1분 이내로 증상이 가라앉지만 소뇌경색은 지속적으로 어지럼증이 이어지고 자세불안정이나 보행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평소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 동반된다면 뇌출혈 가능성도 의심해야 한다"며 "만성질환, 심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인 경우 소뇌경색의 고위험군에 속하므로 가벼운 어지럼증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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