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환자, 복부초음파로 간암·합병증 위험까지 가려낸다

2817명 장기 추적 연구…SWE, 기존 간 섬유화 검사와 유사한 위험 예측 성능

건강검진에서 흔히 발견되는 지방간 환자의 간암과 중증 간질환 합병증 위험을 일반적인 복부초음파 검사 과정에서 함께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별도의 간 섬유화 검사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도 복부초음파에 전단파 탄성초음파(SWE)를 활용해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재준 교수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 연구팀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환자 2,817명을 대상으로 SWE와 기존 진동제어 순간탄성측정법(VCTE)의 위험 예측 성능을 비교한 결과, SWE가 VCTE와 유사한 수준으로 간암 및 간질환 합병증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진료 현장에서는 나이와 혈액검사 결과를 활용해 계산하는 FIB-4를 먼저 확인한 뒤, 추가 평가가 필요한 환자에게 간의 경도를 측정하는 VCTE를 시행하는 2단계 위험평가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VCTE는 FibroScan 등 별도의 장비를 이용해 간의 딱딱한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다. 반면 SWE는 일반적인 복부초음파 장비를 이용해 간 조직의 탄성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사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연구팀은 이러한 SWE의 특성에 주목해 FIB-4와 SWE를 결합한 위험평가 방식이 실제 환자의 장기 예후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 기존 VCTE 기반 평가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은평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에서 같은 날 SWE와 VCTE 검사를 모두 받은 MASLD 환자 2817명을 분석했다. 환자들은 미국소화기학회(AGA)와 유럽간학회(EASL)의 2단계 위험평가 기준에 따라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으로 각각 분류됐다.

총 추적관찰 기간은 6004인년, 중앙 추적관찰 기간은 약 20개월이었다. 추적 기간 동안 간암 29건을 비롯해 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뇌증 등 간기능 저하 관련 합병증 24건이 발생했다. 전체 간질환 발생 건수는 53건이었다.

SWE를 적용한 AGA 분류에서는 중간위험군과 고위험군의 간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이 저위험군보다 각각 7.6배, 9.8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ASL 기준에서도 위험 단계가 높아질수록 실제 간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SWE를 활용한 위험평가가 실제 환자의 장기 예후를 구분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두 검사의 장기적인 예측 성능도 비교했다. 통합 AUC를 분석한 결과 AGA 기준에서 SWE는 0.770, VCTE는 0.775였으며, EASL 기준에서는 각각 0.804와 0.805로 나타났다. 두 검사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환자를 동일한 위험군으로 분류한 비율도 AGA 기준 93.6%, EASL 기준 95.3%로 높았다.

즉, 복부초음파 과정에서 시행할 수 있는 SWE에 혈액검사 기반 FIB-4를 결합할 경우, 기존 FibroScan을 이용한 VCTE 기반 평가와 비교해 간암 및 중증 간질환 합병증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유사한 성능을 보인 것이다.

이번 연구는 특히 SWE와 VCTE를 동일한 환자에서 같은 시점에 비교하고, 장기간의 실제 임상 결과까지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지방간 환자의 위험평가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VCTE는 별도의 검사 장비가 필요하지만, SWE는 기존 복부초음파 검사 과정에서 간의 경도를 함께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별도의 간 섬유화 검사 장비를 갖추지 못한 의료기관에서도 지방간 환자의 위험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SWE와 VCTE가 완전히 동일하거나 서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향후 검사 기준과 임상 적용 기준을 정교화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재준 교수는 "지방간은 매우 흔하지만 모든 환자가 중증 간질환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위험한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복부초음파 검사 중 시행할 수 있는 SWE를 FIB-4와 결합하면 별도의 검사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위험 환자를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순규 교수는 "이번 결과가 SWE와 VCTE의 완전한 동등성이나 상호 대체 가능성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대규모 환자 자료를 통해 SWE 기반 위험평가의 임상적 실효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전향적·다기관 연구를 통해 검사 기준을 더욱 정교화한다면 지방간 환자의 위험평가 접근성과 진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 결과는 간질환 분야 국제학술지인 미국간학회 공식 학술지 'Hepatology'(IF 18.0)에 온라인 선게재됐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