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특위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불송치 철회하라"
서울동대문경찰서 앞 규탄 기자회견…"리도카인·의과 의료기기 사용, 면허범위 벗어났는지 엄정 판단"
재수사 요청에도 불송치 유지에 반발…경찰 재검토·정부 관리감독 강화·복지부 명확한 기준 마련 촉구
의료계가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과 의과 의료기기를 이용한 시술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재수사 이후에도 불송치 결정을 유지한 것을 강하게 규탄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3일 오후 5시 서울동대문경찰서 앞에서 '한의사의 불법 의과 의료기기 사용 사건 관련 불송치 결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동대문경찰서에 불송치 결정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와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한의사가 모 한의원에서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도포하고 오퍼스듀얼 등 의과 의료기기를 이용해 시술한 행위와 관련된 것이다.
한특위는 앞서 해당 행위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서울동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최초 불송치 결정에 이어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의 재수사 요청 이후 실시한 재수사에서도 기존과 동일하게 불송치 결정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특위는 "이번 결정이 해당 시술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료기기의 작용 원리, 사용 목적, 한의사의 면허범위, 관련 법령과 판례 등을 충분히 검토한 결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경찰의 판단을 비판했다.
한특위가 문제를 제기하는 핵심은 한의사가 현대의학적 원리에 기반한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다.
한특위는 의료기기의 이름이나 사용 방식만으로 적법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료기기가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시술 과정에서 어떤 의학적 판단과 전문성이 필요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리도카인은 현대의학적 원리에 따라 개발·허가된 국소마취제로, 사용 과정에서 약물의 작용기전과 부작용, 투여 방법 및 응급상황 등에 대한 의학적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이저·고주파·고강도집속초음파(HIFU) 등 의료기기 역시 단순한 미용기기가 아니라 환자의 조직에 에너지를 전달해 치료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의료기기인 만큼, 작용 원리와 부작용 및 합병증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법원 판례도 이번 사건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IPL 등 광선치료기를 이용한 피부질환 치료행위를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필러 시술 사건에서도 침습적인 미용시술이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고 한특위는 설명했다.
또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판결에 대해서도 한특위는 "구체적인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이라는 제한된 범위에서 판단한 것"이라며 "이를 레이저나 고주파 등 치료 목적의 의료기기 사용까지 허용한 것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특위는 수사기관의 불송치 결정이 반복될 경우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를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어 "처벌받지 않았으니 허용되는 의료행위라는 논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 의료인 면허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특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동대문경찰서와 정부, 보건복지부에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우선 동대문경찰서에는 해당 한의원 사건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관련 법령과 판례에 비춰 철저히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와 수사기관에는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과 의료기기 및 의약품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과 사법조치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는 의료인 면허범위와 관련해 모호하고 반복적인 유권해석을 개선하고,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한특위는 "이번 불송치 결정이 단순히 한 사건의 종결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법과 판례에 의해 정립돼야 할 의료인 면허범위가 개별 수사기관의 판단이나 모호한 행정해석에 의해 사실상 변경되거나 확대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의료인 면허체계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끝까지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필요한 모든 정책적·법률적 대응을 통해 의료의 기본 질서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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