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가 버텨야 필수의료 산다"…2차 병원 30곳 '생존 해법' 나섰다

대한외과의사회-대한2차병원복강경외과학회 '병원위원회' 출범
24시간 수술 대기비용 보상·DRG 현실화 요구…"지역 외과병원 무너지면 응급수술 멈춰"
2028년 대장암검진 안전망·하지정맥류 입원 기준·프로포폴 규제 등 현장 제도 개선 추진

지역에서 응급수술과 입원 진료를 담당해온 2차 외과병원들이 더 이상 개별 병원의 생존 문제로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한자리에 모였다. 24시간 수술팀을 유지해야 하지만 환자가 없는 시간의 대기비용은 보상받지 못하고, 고난도 수술일수록 손실이 커지는 현행 수가체계까지 겹치면서 지역 외과병원의 경영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외과의사회(회장 최동현)는 13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병원위원회 발족식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 2차 외과병원 약 30곳이 참여하는 병원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대한외과의사회와 대한2차병원복강경외과학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첫 공식 병원 조직이다. 초대 병원위원장은 김종민 원장이 맡았다. 이번 위원회는 단순히 수가 인상을 요구하는 조직을 넘어, 지역 2차 외과병원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겪는 인력·수가·응급수술·보험제도의 문제를 모아 현실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술 없어도 수술팀은 있어야 한다"

김종민 초대 병원위원장은 2차 병원을 단순히 상급병원과 의원 사이에 놓인 '중간 단계'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수술한 뒤 입원 치료와 회복까지 연결하는 실질적인 의료안전망의 '허리'라는 것이다.

특히 충수염, 담낭염, 장폐색, 위장관 천공 등 급성 복부질환은 진단 이후 신속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응급수술이 가능하려면 외과 전문의 한 명만 있어서는 안 된다. 외과의사와 마취과 의사, 수술실 간호인력, 영상검사 인력 등이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가 오지 않는 밤에도 이 인력과 시스템을 유지하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는 실제 수술이 이뤄졌을 때 발생하는 행위에 집중돼 있다. 수술이 발생하지 않은 시간 동안 응급수술을 위해 인력을 대기시키는 비용에 대한 별도의 보상은 사실상 없다.

김 위원장은 "한 명의 인력이 빠지는 순간 응급수술 기능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며 "지역 2차 병원이 감당하고 있는 상시 대기 비용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응급수술 가산만으로는 부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급성복증 수술 관련 시범사업에서 응급수술 가산을 적용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술이 발생한 경우에만 추가 보상이 이뤄질 뿐, 수술이 없는 날에도 유지해야 하는 당직 인력과 수술실 운영비 등 고정비용은 여전히 병원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3명의 전문의를 갖춰야 하는 등 참여 요건이 엄격해 규모가 작은 지역 병원에는 현실적인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병원위원회는 참여 병원 30곳의 실제 수술량과 인력 운영 현황, 당직 및 대기 비용 등을 표준화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에 구체적인 보상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최동현 회장은 "지역에서 수술할 수 있는 병원들이 무너지면 환자는 결국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병원위원회가 단순한 지원 요구 창구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정책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충수염인데 난이도는 다르다"…DRG 손질 요구

포괄수가제(DRG) 역시 병원위원회가 우선적으로 손봐야 할 제도로 꼽았다. 현재 7개 질병군을 중심으로 한 DRG에서는 같은 질환이라면 기본적으로 유사한 범주의 보상이 이뤄진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같은 충수염이라도 단순 충수염과 복막염·농양을 동반한 중증 환자의 치료 난도와 투입 자원이 크게 다르다. 고난도 환자를 많이 치료할수록 병원이 손실을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과의사회는 우선적으로 △실제 원가를 반영한 기본수가 조정 △응급·야간·휴일 수술 가산 확대 △중증·고난도 수술에 대한 별도 보상 △고가 재료 및 신기술 수술에 대한 별도 보상 △합병증·장기입원·고비용 환자에 대한 추가 보상 등을 요구했다.

장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DRG' 방식도 제안했다. 입원료와 기본검사 등 표준화할 수 있는 영역은 포괄수가로 묶되, 의사의 전문성이 직접 투입되는 고난도 수술 행위는 별도로 평가해 보상하는 방식이다.

한편, 2028년부터 국가 대장암검진에 대장내시경을 본격 도입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외과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장내시경은 단순히 검사를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검사 과정에서 용종을 제거하고 암을 예방할 수 있지만, 출혈이나 천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속한 외과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다. 외과의사회는 국가검진의 질 관리와 교육 과정에서 외과·대장항문외과의 전문성을 함께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가암검진 내시경 교육과 질 관리가 주로 내과계 학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외과·대장항문 분야에서 시행하는 교육은 검진 평가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회장은 "검진 교육은 어느 진료과가 주도하느냐보다 실제 검사와 합병증 관리에 필요한 전문성과 교육의 질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검진기관과 2차 외과병원, 상급종합병원을 연결하는 '대장내시경 합병증 지역 안전망' 구축도 제안했다. 검진기관에서 발생한 출혈이나 천공 등 응급상황을 지역 외과병원이 우선 대응하고, 필요할 경우 상급병원으로 신속하게 전원하는 구조다.

병원위원회는 앞으로 참여 병원들의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가와 인력, 응급수술 보상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고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외과가 지역에서 버틸 수 있어야 필수의료도 지속될 수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해 2차 외과병원이 실제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