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의사회, CT·MRI 수가 인하 '법적 대응' 고심
의협에 '승소 가능' 법률 타당성 검토 요청…집행정지 기각 역풍 경계
최선형 회장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을 것…타 진료과도 취지 공감해"
의협 "관련 학회와 의견 취합 중"… 병원계 중심 실익 신중론도 여전
CT·MRI 영상검사 수가 인하를 둘러싼 의료계의 법적 대응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소송 카드는 꺼냈지만 당장 법원으로 향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승소 가능성이 충분한지,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부터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섣불리 소송에 나섰다가 패소할 경우 정부의 수가 조정에 오히려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에 '정부의 CT·MRI 영상수가 인하 조치에 대한 가처분 행정소송 제기 검토 및 협조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영상의학과의사회는 이번 수가 인하가 의료기관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영상검사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의협에 법률 자문과 소송 비용 지원, 공동 성명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소송 자체의 실익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와 달리 정부가 이번 상대가치점수 조정 과정에서 행위전문평가위원회 등을 거치는 등 절차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2011년 고시 취소 소송 당시와 현재의 제도적 상황이 다른 만큼 법원에서 정부 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될 경우는 더욱 부담이다. 수가 인하를 막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 오히려 정부의 수가 조정 권한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선형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장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소송의 사법적 타당성을 먼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의협 측과 통화를 마쳤으며, 이번 조치를 취했을 때 실제 소송이 성립하는지, 승소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의협 법률 자문단을 통해 타당성 여부를 우선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각될 경우 정부에 명분을 줄 수 있으므로 그런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는 말처럼 무작정 행동하기보다는 철저한 사전 검토를 거쳐 진행하고자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영상의학과의사회의 대응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직역 이기주의'라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최 회장은 "개원가가 전체 CT·MRI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에 불과해 단순한 '밥그릇 지키기'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요 관리 장비가 영상의학과와 직결돼 있어 앞장서는 모양새가 됐지만, 실질적인 최대 피해자는 병원급 의료기관"이라고 설명했다.
타 진료과와의 공조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이미 몇몇 타 전문과의사회에서도 지원 의사를 밝히고 취지에 깊이 공감해 주셨다"며 "의협의 신중한 기류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다각도로 파악한 뒤 법적 자문을 거쳐 최종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역시 현재는 관련 의견을 모으는 단계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사안은 일단 접수됐으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정확히 전달받은 바는 없다"며 "관련 학회의 입장 표명도 필요한 만큼 저희 측에서 질의를 전달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학회 측 답변을 취합해 정리한 뒤 공식적인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소송 여부보다 '이길 수 있는 소송인가'에 대한 판단이 먼저다. 영상의학과의사회가 의협의 법률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소송에 착수할지, 또는 다른 대응책으로 선회할지 주목된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