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감염, '중증 예방' 넘어 일상 지킨다"…백신·항생제 관리 주목

소아감염학회 "백신 목표, 사망률 감소서 입원·후유증·가족 사회적 부담 줄이는 방향으로 확대"
ASP·디지털 헬스케어 활용도 주목…"소아감염 전문인력 부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소아감염 관리의 목표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감염으로 인한 사망과 중증 합병증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입원과 장기 후유증은 물론 아이와 가족의 일상까지 지키는 것으로 예방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백신 역시 단순히 치명적인 감염병을 예방하는 수단을 넘어 아이가 아프지 않고 정상적인 성장과 교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의료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시에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항생제 적정사용관리(ASP)와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도 소아감염 분야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대한소아감염학회(회장 김예진)는 지난 11일 가톨릭대학교 옴니버스파크 컨벤션홀에서 '2026년 제31회 연수강좌'를 개최하고 소아감염 분야의 최신 지견과 임상 현장의 주요 현안을 공유했다.

RSV·인플루엔자…"아이들 일상까지 지켜야"

최근 소아감염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예방의 개념이다. 이에 학회는 RSV와 폐렴구균 등을 예로 들며 백신과 예방항체의 목표가 단순한 사망률 감소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등 중증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과 후유증을 막는 것이 예방접종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하지만 예방접종률이 높아지고 의료 수준이 향상되면서 소아감염 예방의 목표도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대한소아감염학회 윤기욱 홍보이사는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아이들이 감염됐을 때 사망하거나 중환자실에 가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 아이들이 일상생활과 교육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으로 입원하거나 장기간 약을 복용하게 되면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아이에게 직접 발생하는 의료비뿐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직장을 쉬어야 하는 간접적인 비용까지 줄이는 것이 앞으로의 예방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SV 예방도 같은 맥락이다. RSV는 소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특히 영아에서 중증 하기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는 RSV 예방을 위한 장기지속형 항체 제제가 도입되면서 예방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학회는 이번 연수강좌에서 니르세비맙(nirsevimab)의 실제 사용 경험과 향후 RSV 시즌 대응 전략을 별도 세션으로 다뤘다.

윤 이사는 "RSV는 소아과에서는 오래전부터 독감이나 코로나19만큼 중요한 감염병으로 인식해왔지만 예방 전략의 발전이 늦었다"며 "최근에는 효과와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축적되면서 새로운 예방 전략이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실제 임상에서의 적정 사용 기준과 예방 전략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파충류 키우는 아이들 늘며 '살모넬라'도 변화

이번 연수강좌에서는 전통적인 식중독 감염과는 다른 경로의 살모넬라 감염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최근에는 거북이 등 파충류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이와 관련된 살모넬라 감염에 대한 임상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이사는 "예전에는 살모넬라를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 특히 파충류를 통해 감염되는 사례도 임상에서 종종 경험한다"고 말했다.

파충류는 살모넬라균을 보균할 수 있으며 사육환경이나 수조 등을 통해 균이 주변으로 퍼질 수 있다. 소아가 감염될 경우 단순 장염에 그치지 않고 균혈증이나 관절염, 뇌염 등 침습성 감염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소아 패혈증 역시 이날 주요 강의 가운데 하나였다. 패혈증은 소아 중환자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최근 개정된 진료지침의 주요 변화를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됐다.

윤 이사에 따르면 새 지침에서는 발열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패혈증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접근에 대해서는 권고 수준이 조정됐으며, 패혈증이 의심되는 환자에서는 혈중 젖산(lactate) 측정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됐다.

윤 이사는 "패혈증은 이미 오랫동안 중요성이 강조돼온 분야인 만큼 지침이 바뀐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소아는 성인과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임상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생제 적정 사용 위한 정책 검토도 필요 

항생제 적정사용관리(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ASP) 역시 소아감염 분야의 핵심 현안이다. ASP는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항생제를 적절한 용량과 기간으로 사용하도록 관리하는 체계다. 

윤 이사는 "다재내성균이나 슈퍼박테리아 문제를 생각하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사용하는 제한 항생제를 우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개원가와 외래까지 항생제 적정사용 문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력이다. 대형병원에서는 감염내과·소아감염 전문의와 약사 등이 팀을 구성해 항생제 처방을 평가하고 의료진에게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지만, 개원가에서는 같은 방식의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교육과 피드백뿐 아니라 적정하게 항생제를 사용한 의료진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의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윤 이사는 일본에서 적정 항생제 사용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효과를 보였다는 최근 연구들을 언급하며 "잘못 사용한 경우 페널티를 주는 방식뿐 아니라 적정하게 사용했을 때 보상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진행된 ASP 관련 시범사업을 통해서는 단순히 항생제 사용량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병원 내 관리체계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감염 전문의와 약사가 함께 팀을 구성하고 처방을 평가해 피드백하는 과정이 자리 잡으면서 다른 진료과 의료진의 수용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이사는 "당장 몇 퍼센트가 개선됐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각 병원에 ASP를 위한 체계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라며 "다만 이러한 시스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소아감염 전문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4명 수준으로 배출되고 있어 절대적인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