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를 투여받는 환자의 임상 경과가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지기능과 뇌 병리뿐 아니라 보행과 균형, 근력 등 전반적인 신체 상태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연구팀은 레켐비 치료를 시작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87명을 분석한 결과, 치료 전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이 치료 중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수행능력 악화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변화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혈액 바이오마커인 p-tau217은 신체적 노쇠나 근감소증 유무에 따라 변화 양상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 요인인 아밀로이드베타를 표적으로 삼아 질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다. 다만 실제 진료에서는 같은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별 임상 경과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은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레켐비와 같은 항아밀로이드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이들 요인이 치료 중 경과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 고려대 구로병원이 구축한 전향적 실제 진료 코호트인 K-LEARN(Korean Lecanemab Real-world Evidence and Response Network)을 활용했다. 2024년 12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레켐비 치료를 시작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87명을 대상으로 치료 전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 여부를 평가하고, 치료 중 인지기능과 임상 경과, 이상반응 및 혈액 바이오마커 변화를 추적했다.
신체적 노쇠는 균형 능력과 보행 속도, 의자에서 일어나기 등을 평가하는 간이신체수행검사(SPPB)로 측정했다. 근감소증은 아시아근감소증진단기준(AWGS 2019)에 따라 평가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 중 신체적 노쇠가 있는 환자는 52명(27.8%),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는 63명(33.7%)이었다.
치료 전 신체적 노쇠 또는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임상치매척도 총합(CDR-SB) 점수가 더 빠르게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CDR-SB는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이러한 연관성은 나이와 성별, 교육 수준, APOE 유전자형, 치료 전 임상 중증도 등 주요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신체적 노쇠는 레켐비 주입 관련 반응(infusion-related reaction·IRR)과도 연관성을 보였다.
신체적 노쇠가 있는 환자 52명 중 20명(38.5%)에서 주입 관련 반응이 나타났다. 노쇠가 없는 환자는 135명 중 23명(17.0%)이었다. 주요 임상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신체적 노쇠와 주입 관련 반응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반면 혈액 p-tau217의 변화 양상은 신체적 노쇠나 근감소증 유무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신체적으로 취약한 환자에서 임상 경과가 더 빠르게 악화되는 양상이 나타났지만, 해당 바이오마커의 변화에서는 같은 차이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레켐비 치료 환자를 평가할 때 뇌 병리와 혈액 바이오마커뿐 아니라 신체 기능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신체적 노쇠와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에서 임상 증상이 더 빠르게 악화됐지만, 아밀로이드 관련 병리 변화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p-tau217의 변화 양상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며 "레켐비 치료 환자의 경과를 이해할 때 아밀로이드 병리의 변화뿐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신체 상태도 중요한 요인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레켐비 치료 과정에서 인지기능과 뇌 영상, 혈액 바이오마커를 추적하는 것과 함께 걷기와 균형, 근력 등 신체 기능을 평가하고 환자별 관리 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비치료 대조군이 없는 관찰연구로, 신체적 노쇠나 근감소증이 레켐비의 치료 효과를 직접 변화시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향후 운동과 영양 관리를 포함한 신체 기능 개선이 치료 중 임상 경과에 도움이 되는지도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K-LEARN 코호트를 활용한 세 번째 연구 성과다. 연구팀은 앞서 혈액 p-tau217의 변화와 이후 인지기능 경과의 연관성, 한국인 환자의 실제 임상 안전성을 분석한 데 이어 이번 연구에서 신체적 취약성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
강 교수는 "K-LEARN 코호트를 통해 실제 진료에서 얻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뇌 병리와 인지기능, 전신 건강을 함께 고려하는 개인 맞춤형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근거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강성훈 교수와 신재민 전공의, 박유정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ging and Diseas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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