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관리법안 철회하라…진료 자율성 말살하는 과잉 입법"

대개협, 실손보험 정책 연계에도 반발…"민간 보험사 손해율 관리 도구로 전락"

비급여 진료에 대한 국가 관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개원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비급여 가격부터 진료 방법, 환자 설명·동의, 실손보험 연계까지 국가가 통제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개원의협의회는 법안이 진료 자율성을 침해하고 일선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 부담과 처벌 위험을 안긴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는 지난 3일 국회에 제출된 '비급여항목 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 "법안이 진료 자율성을 침해하고 일선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 부담과 처벌 위험을 안긴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대개협은 법안이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급여 진료 전반을 국가 통제 아래 두려는 과잉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고 환자별 치료 선택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대개협은 "새로운 의료기술이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되기 전 효과와 효용을 검증하는 과정에서도 비급여가 기능하다"며 "비급여를 일률적인 통제 대상으로 규정할 경우 의료기술 발전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함께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국가의 관리 범위라고 꼬집었다. 

법안에는 급여 청구 시 비급여 내역 제출(제6조),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및 자료 제출 명령(제9조), 진료기록부 작성 시 국가 고시 표준코드 사용(제11조) 등이 담겼다. 여기에 비급여 항목별 적정 가격 범위와 산정 방법을 정하는 가격관리 기준(제13조), 비급여 표준임상진료지침(제14조)까지 포함됐다.

대개협은 "이러한 조항이 시행되면 국가가 비급여 진료의 가격뿐 아니라 진료 방법과 의사의 판단까지 통제하게 된다"며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 급여보다 무거운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가격을 정하고 진료 방법까지 지침으로 통제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비급여가 아니다"며 "이름만 비급여로 남긴 사실상의 강제 급여화이자 가격 통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통해 의료기관에 급여 진료를 의무화하면서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비급여까지 통제하는 것은 정책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일선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도 주요 쟁점이다.

법안 제7조는 비급여 항목별 필요성과 비용, 부작용은 물론 유사한 급여 항목의 내용과 비용까지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료 이후에는 별도의 보고 의무도 부과된다.

대개협은 "의사 한 명과 소수 직원이 진료와 행정을 함께 담당하는 동네의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며 "이미 의료법에 따라 비급여 고지·게시·보고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정부가 올해 7월부터 도수치료 등을 관리급여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법률을 통해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실손보험 정책과 비급여 관리를 연계한 조항도 반발을 불러왔다.

법안 제15조와 제16조는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의 실손보험 정책 연계 및 실손보험 가입자의 비급여 진료비 실태조사를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관뿐 아니라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도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대개협은 "이를 두고 국가가 민간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에 개입하는 구조"라며 "환자의 민감한 진료 정보와 보험 정보가 함께 관리될 경우 의료정보 보호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처벌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법안 제18조는 설명·동의 누락이나 보고 누락, 자료 미제출 등에 대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서류 누락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 의료기관이 잠재적 위반자로 취급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법안이 환자의 권익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의사의 진료 자율성을 침해하고 의료기관에 과도한 규제와 처벌을 부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국회에 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의 우려를 외면하고 입법을 강행할 경우 전국 개원의들의 총력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