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닷컴버블사태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처럼 주가가 크게 하락한 시점에 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한다.
그리고 주가가 회복되면 의도적으로 대량 매수한 주식을 이용해 상대 기업의 경영권을 넘보는 행위 등을 우리는 보통 ‘적대적 인수합병’이라고 말한다.
엄밀하게 말해서 적대적 인수합병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힘없는 기업들은 의도치 않은 고통을 받게 된다.
이같은 ‘적대적 인수합병’이란 말이 최근 제약업계에 또다시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굳이 특별한 인연이 없더라도 한번쯤을 들어 봤을 만한 거대 제약사인 녹십자와 일동제약이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2대 주주로 지분의 29.36%를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월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 12.57%를 녹십자가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인 씨엠제이씨와의 지분격차는 3.16%에 불과해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막강파워를 가진 녹십자가 최근 일동제약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힌 것은 자신들의 위치를 분명히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서 녹십자와 지난해 1월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을 주주총회에서 무산시킨 바 있다.
당시 주총장에서는 표 대결까지 빚어지는 등 두 회사의 갈등은 증폭돼 왔음을 볼 때 이번 갈등 역시 제약기업 사이의 경영권 문제로 확대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6일 녹십자는 오는 3월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끝나는 3명의 이사 가운데 감사와 사외이사를 녹십자가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 일 수 있다.
녹십자 측의 이같은 요구에 일동제약 대주주 윤원영 회장과 윤웅섭 사장 측은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을 염두에 둔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녹십자와 일동제약 사이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에 이어 1년여 만에 재개된 것으로 지난해보다 좀 더 구체화 돼 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지난해 약 9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유한양행을 제치고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주주제안권 행사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녹십자 측은 이번 주주제안권 행사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주주로써 회사에 이득이 될 것이라 판단해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으로 경영 참여 이외의 뜻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회사에 영향력을 확보하고 일동제약과 다양한 사업 활동을 진행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말해 왔지만 이 또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왜냐하면 지난 1년간 녹십자와 일동제약 사이의 사업 제휴는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 측은 녹십자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예고 없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등 일련의 권리행사가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했다.
무엇보다 녹십자 측에게 적대적인 인수합병 아니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입장과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적대적 인수합병을 염두에 주주제안권 행사든 아니든 힘 있는 자의 권한 행사이고 볼 때 이미 방향은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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