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적 합의없이 원격의료 강행…효용성 검증 필수"

[신년 특별 인터뷰]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

저출산·고령화 국가발전 걸림돌…베이비부머 대책마련 필수

공공보건의료 공급 태부족 의료취약지 서비스강화 과제로

 

대한민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산율은 세계 224개국 중 219위로 최하위권이고 고령화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2.7%를 차지하고, 2026년에는 20%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이제 노인복지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전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또 국내 보건산업은 내수 침체와 각종 정부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한 해 의료계는 원격의료 저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지금도 여전히 정부와 대치 중이다.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제약업계는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자정운동에 나섰지만 고질적인 관행은 여전히 머리를 숙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을미년 새해를 맞아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을 만났다. 그에게 국내 보건복지 현안과 보건산업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 

/ 편집자 주

 

Q. 2015년 새해 보건복지위원회의 핵심 현안은?

-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의료법인 영리자법인 허용,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부과체계 개편, 장애인 판정체계 개편, 노인장기요양보험 내실화, 유보통합 등, 신중하면서도 조속한 처리가 필요한 사안들이 상임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건복지는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사안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국민과 여·야, 정부의 의견을 취합하고 조율해,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노력할 것이다.
 
Q. 지난해 보건복지위 활동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 금년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면면히 살펴보면, 국민 여러분들의 우려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알찬 감사였다고 생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허술한 개인정보관리, 국민연금공단의 부실한 기금운용, 노인장기요양제도 개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탈락의 적정성, 담뱃값 인상문제 등 거대담론부터 생활밀착형 이슈까지, 위원들이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정부정책에 개선을 촉구했다. 
또한 지난 12월 9일  ‘세모녀 3법’이 여·야 합의를 통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우리사회의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40여만명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줄 수 있게 돼 매우 보람되고, 더불어 정치권이 중요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뜻을 하나로 모아 제·개정이 시급한 법률안을 처리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결과라 생각된다.
앞으로도 세모녀 3법과 같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법안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Q. 보건복지 위원장으로서 회의 진행뿐만 아니라 법안 발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발의한 법안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 국회의원의 본분은 입법이다. 입법권은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고유권한으로, 다른 의정활동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농촌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농민, 아동, 노인,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단순히 관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안을 발의해 실질적인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해왔다.
실제로 17대부터 지금까지 출산율 제고와 노인복지를 위한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법’,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법’,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법’, 치매ㆍ중풍에 걸린 사람과 가족을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복지사회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대표 발의한 법안 중 ‘법무보호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소개하고 싶다.
먼저 법무보호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기존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의 맹점을 짚어내 개선점을 마련한 법안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출소자에 대한 보호관찰업무와 갱생보호업무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서 함께 규율돼 있다. 그러나 각각의 업무는 목적과 대상, 그리고 서비스 전달 주체가 엄연히 달라, 출소자의 갱생을 위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출소자에 대한 지원 및 복지사업에 관한 별도의 제정법을 마련해 보다 전문화된 갱생 및 복지증진 서비스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출소자의 원활한 사회복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법무보호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영리자법인·건강보험 보장성 등 국민 뜻 부합하는 정책 추진

제약산업 차세대 성장동력 신약가치 고려 약가제 개선돼야 

 

Q.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화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가지 문제들도 전사회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위한 가장 시급한 대비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우리나라는 국가발전의 걸림돌로 ‘고령화’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평균 출산율 1.25, 세계 224개국 중 219위라는 성적표는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다를 바 없이 저성장 늪에 빠져 고령화 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머지않아 711만명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계층으로 진입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이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소외계층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르신들이 젊은 세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아가 이들을 이끄는 사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Q.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와 추진방안은?

-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확대에 적극 동의한다.
우리나라 보건의료분야는 공공보건의료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도 미흡한 실정이다.
결국 공공의료기관의 부족은 의료취약(소외)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떨어뜨려 의료소외계층을 양산하고 민간중심으로 의료공급체계가 확립돼 국민들에게 과다한 의료비의 부담을 지게한다. 
공공보건의료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건강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필수보건의료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취약지역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초·지역·권역 등의 각 지역단위별 거점의료기관의 육성과 협력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지역 간의 의료자원 분포의 격차가 크다. 의료 취약지에 대해서는 필수의료 제공기관을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Q.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의사협회, 약사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료공공성을 해치는 의료민영화의 수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있다.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원격의료 예산안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결국 여야가 서로 양보해 부분삭감을 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도 이 사업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는 실정이다.
사실 원격의료 자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에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무리하게 6개월 단기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준비와 과정없이 준비한 탓인지 참여 의료기관이나 세부 가이드라인 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보건소 중심으로 채워지다 보니 원격의료 사업에 대한 효용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사업에 대한 취지와 목적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사업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아쉬운 마음이다. 그러나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복지부는 이 사업을 통해 발전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여·야를 포함한 대국민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앞으로 원격의료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이 이뤄지도록 꾸준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Q. 국내 제약산업 발전과 육성을 위해 많은 제약사들이 혁신형 신약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신약개발의 경쟁력은 역시 R&D(연구개발)에 있는데 이 분야에 대한 정부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정부의 예산 확보를 위한 방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의견은?

- 제약산업은 글로벌 산업으로서 무한한 미래성장동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고령 인구의 만성질병 관리를 위한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제약산업은 충분한 성장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R&D 투자, 약가인하 정책, 다국적 제약기업의 국내 진출 및 국내 제약기업의 취약한 글로벌 시장 접근성 등의 문제들로 인해, 독점적이고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지난 2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지휘 아래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머크, 화이자 등 10개의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향후 5년간 알츠하이머 치매, 2형 성인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등 4대 만성질환의 신약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처럼 신약 개발을 통해 제약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증진하기 위해서는 제약기업의 헌신적인 신약개발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동반돼야만 한다.
현재 우리나라 등재신약의 가격은 OECD 평균 약가의 43%에 불과하며, 우리나라 등재신약 198개 제품 중 무려 74%가 OECD 국가 중 최저가격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약가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은 물론, 제약산업의 R&D 투자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건강보험의 지속성과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신약의 가치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약가 정책이 개선되고, R&D 투자의 확충과 활성화를 위해 국회에서 노력하겠다.

Q. 보건복지위원장 임기 중 ‘이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처리하겠다’ 하는 일이 있다면? 

- 제17대 국회 당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대표발의 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해 어르신들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취지였다.
이후 6년 동안 다양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제공하는 혜택들 그 어디에서도 좀처럼 우리 어르신들을 위한 ‘품위’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100세 시대’를 대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어르신들의 품위를 지켜주고,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드리며, 종사자가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가지고 있는 수가 적정성 문제, 법 적용 대상 및 급여 대상의 적정성 문제, 요양병원과의 관계설정 문제, 그리고 요양시설과 보험자의 신뢰구축 문제를 지적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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