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실효성 거두려면

[데스크칼럼]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한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2012년 논의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 3월 국회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국민권익위는 공직자나 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등에 대한 식사비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 사회가 허용할만한 최소한의 가액기준을 정했다. 그 이상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과 비교해 식사비는 동일한 반면 선물과 경조사비는 허용 금액 상한선을 높였다.

농축수산업계는 소비감소를 우려하며 한우·굴비·화훼 등을 제외해 달라고 주문했으나 이들 특정업종을 법 적용대상에서 원천배제하지는 않았다. 법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출발한 김영란법의 근본 취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뿌리깊은 공직사회의 비리부패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발본색원해서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지금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당초 제안했던 원안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2012년 권익위가 마련한 원안은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 방지 등 세 영역으로 짜였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본질이 왜곡돼 부정청탁의 경우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은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만들어졌다.

또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한 자녀와 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누락됐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사실상 전 국민이다. 그러나 이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만 예외조항을 통해 처벌 대상에서 쏙 빠졌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는 24일 김영란법 시행령안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권익위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은 물론 본래 취지를 되살려 법 집행기준을 명확하고 엄정하게 다듬길 바란다.

김영란법이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법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법적 조치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용범위의 위헌 논란과 법 조항의 모호성 등 시비가 끊이지 않는 김영란법 집행의 실효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위헌 요소들을 걸러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보완입법과 과감한 수정이 필요하다.

전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법이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야 할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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