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세대교체 '4가백신 대전(大戰)' 서막 열렸다

GSK·녹십자·SK케미칼 3파전에 일양·보령도 가세 움직임

지난 4일 국가무료접종 개시와 함께 독감백신 접종 시즌이 시작됨에 따라, 올해 화두인 4가 백신의 시장 주도권을 놓고 백신 생산업체 간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기존 3가 백신은 독감을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인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과 H3N2)는 모두 예방하지만,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야마가타, 빅토리아)는 둘 중 하나만 예방할 수 있었기에 적절한 유행 예측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간 세계보건기구 WHO의 예상과 빗나간 B형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이른바 ‘B형 미스매치’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고 두 바이러스가 동시 유행하기도 하는 등, 보다 예방범위가 넓은 백신의 필요성이 강조돼 왔다.

4가 독감백신은 3가 백신의 한계를 약 40년 만에 극복한 백신으로, A형 2종과 B형 2종의 독감 바이러스 4종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 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2013~14년도부터 4가 독감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 백신 시장 점유율 역시 70%를 넘어섰다. 호주의 경우 올해부터 독감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국가예방접종사업에서 4가 독감 백신만을 접종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전세계적 추세에 영향을 받아 4가 독감백신의 점유율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아직 정부가 시행하는 국가무료접종(NIP)은 3가 독감백신이지만, 일반 병의원 및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4가 독감백신의 인지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시판되는 4가 독감백신은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제품 150만도즈 뿐이었지만 올해부터 국내 제약사들이 대거 참전하며 1,000만도즈 규모로 성장했다.

올 가을 4가 독감백신 시장은 GSK ‘플루아릭스테트라(Fluarix Tetra)’와 녹십자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GCFlu Quadrivalent)’, 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4(Sky Cell Flu4)’의 삼자 구도가 진행 중이며, 후발 업체 일양약품과 보령바이오파마 등도 출사표를 던지려는 상황이다.

GSK ‘플루아릭스테트라’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는 지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4가 독감백신을 판매하기 시작해 시장을 선점한 업체다.

GSK의 ‘플루아릭스테트라’는 유정란 방식의 4가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미국 FDA, 영국 MHRA, 독일 PEI 등의 승인을 바탕으로 국내 포함 34개국에서 시판되고 있으며, 전세계 1억도즈 이상을 공급했기에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올해 들어 GSK는 배우 차인표를 내세운 TV광고를 필두로 소비자 인지도를 확대, 4가 독감백신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다만, 재빠른 생산과 공급이 가능한 국내 경쟁 업체들에 비해 공급 물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GSK는 작년 한 해 150만도즈의 4가 독감백신을 국내 공급했으며, 올해 공급량을 전년 대비 33.3% 증가한 200만도즈로 늘렸으나 이미 대다수 물량이 판매된 상태다.

GSK 관계자는 “올해 추가 공급을 위해서는 국가검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이에 소요되는 시간을 생각하면 사실상 올해 공급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녹십자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국내 1위 백신업체 녹십자 역시 올해부터 4가 독감백신을 출시했다.

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는 국내 업체 최초로 판매 허가를 받은 4가 독감백신이다. 그간 30여개 국가에 독감백신을 수출해 온 녹십자의 기술력이 반영되었으며, 최적화된 생산공정을 통해 단가 면에서도 다소 유리하다.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외 8개 기관에서 성인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면역원성을 입증했으며, 중대한 이상약물반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도 확인됐다. 당초 성인용 백신으로 허가받았지만 본격 접종시즌을 앞둔 지난 9월 초 만 3세 이상 소아와 청소년 적응증을 추가해 접종 대상자 문제를 해결했다.

녹십자는 올해 4가 독감백신 공급량을 약 450만도즈로 잡고 있으며, 기존 3가 독감백신 역시 비슷한 규모로 공급해 국내 독감백신 시장 최대 공급을 유지할 예정이다.

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4가’
SK케미칼 역시 세계 최초의 세포 배양 4가 독감백신이라는 타이틀을 필두로 백신시장의 판도 변화를 노리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8월 ‘스카이셀플루4가’를 출시하고 전국 병·의원에서 접종을 시작했다. ‘스카이셀플루4가’는 SK케미칼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세포 배양 방식의 4가 독감 백신이다. 유정란을 사용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동물세포 무균 배양기를 사용해 제조 과정에서 항생제나 보존제 사용을 없앴으며 계란 알러지가 있는 환자도 부작용 없이 접종이 가능하다.

‘스카이셀플루4가’는 국내 성인 1503명, 소아 45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만 3세 이상 전 연령대에서 효능을 입증했으며, 중대 이상약물반응(SADR) 또한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SK케미칼은 올해 공급 예정인 독감백신 500만도즈 중 250만도즈를 4가 백신으로 채울 예정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3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360만도즈를 공급한 바 있으며, 올해 ‘스카이셀플루4가’의 성공적인 보급을 통해 브랜드를 정착시키고 시장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위 3사 외에도 일양약품의 ‘테라텍트프리필드시린지주’, 보령바이오파마의 ‘보령블루V테트라백신’, 한국백신의 ‘코박스플루4가PF’ 등이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으나, 최종 단계인 국가출하승인 검정 기간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한국백신의 경우  ‘코박스플루4가PF’의 원료수급과 검정 기간 문제로 인해 올해는 SK케미칼의 ‘스카이셀플루4가’ 위탁생산에만 참여한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블루V테트라백신'의 현재 생산분에 한해 최종 승인을 받았고, 이달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하며 백신 대전 참가를 앞두고 있다.

일양약품 ‘테라텍트프리실드시린지주’는 아직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못 한 채 출시를 미루고 있다. 관계자는 “국가출하승인 완료 일정이 아직 확실치 않은 관계로, 아직 올해 4가백신 예상 생산 출하량이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일단은 올해 중으로 승인받아 판매를 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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