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 큰 환절기엔 혈관건강부터 챙겨야"

돌연사 부르는 심혈관 질환- 기온 떨어지면 혈관수축, 혈압 오르고 협심증·심근경색 유발

몸 속 혈관의 길이는 약 10만 km이다. 지구 두 바퀴 반을 돌만큼의 길다. 이처럼 우리 몸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혈관은 '건강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요즘같은 환절기에 혈관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평소보다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온이 저하되면 혈관이 수축, 경직되기 때문이다. 수축된 혈관은 혈압을 올리고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환절기에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환절기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심혈관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심혈관질환이란?
의학계는 100세 시대 수명 연장과 가장 중요한 열쇠로 혈관을 지목했다. 혈관은 산소와 영양분을 실은 혈액을 우리 몸 구석구석 흘려보내고 말초세포와 조직이 배설하는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관이 제 기능을 못하면 당연히 우리 몸도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조용히 유지되다가 어느 순간, 우리를 쓰러트리는 것이 혈관 질환이다.

심혈관질환은 심장과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포함해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고혈압을 비롯해 필요 이상의 많은 지방성분 물질이 혈액 내에 존재해 혈관 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급격한 온도차 위험
심혈관질환은 한국인 사망원인 2위로, 매년 사망자 수가 5만여명에 이르며 해마다 그 수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같이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건조해지는 환절기에는 갑작스러운 혈관수축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도 증가하게 된다.

일교차가 1도 이상 벌어질 경우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46%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건강한 사람도 체감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이완기 혈압이 3~5mmHg 정도 높아지게 된다. 이런 이유는 급격한 온도차 때문이다. 급격한 온도차는 혈관을 수축시켜 정상적인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혈관이 수축되면 심장은 더 큰 압력으로 전신에 피를 내보내기 때문에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강해져 혈관을 손상시키고, 혈전이 생겨 혈관을 좁아지게 하고 막히게 한다. 이런 경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 심각한 경우 심부전이나 심장마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건강하지 못한 환자들, 건강에 신경 써야 하는 이들이 찬 공기에 오래 노출돼 있으면 동맥혈관을 불안정하게 해 심장과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 균형을 깨트려 비정상적인 혈관 수축 반복으로 심장과 관련한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혈관질환 증상들
가장 먼저 가슴 통증이 생긴다. 가슴 통증은 심장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앉아있거나 자다가도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

또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심장 또는 폐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증상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부족하게 쉬어지는 느낌을 받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심장과 폐의 건강은 물론 몸의 전체적인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지럼증이 생긴다. 갑작스레 눈앞이 캄캄해지고 두통이 나타나는 어지러움 증상은 부정맥 등의 순환기계 이상이 원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70대 이후 여성 다발
심혈관질환은 흔히 흡연과 육류를 즐기는 남성 질환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여성은 유방암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5년)에 따르면 2014년 심혈관질환자 중 남성은 95만2000명으로 여성(42만1000명)보다 월등히 많다. 하지만 연령별로는 70대를 기점으로 여성 환자(14만9000명)가 남성 환자(13만6000명)를 넘어섰다.

심혈관질환은 사망률이 높은 게 문제다. 여성도 암을 제외하면 심장 질환이 사망 원인 1위였다. 특히 심장 질환은 10년 전보다 사망 원인 순위가 3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중년 여성에게 심혈관 질환이 위협적인 이유는 폐경에 따른 여성호르몬의 분비 저하가 크게 작용한다.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여성호르몬은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과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 수치의 균형을 맞춰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들면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며 혈압이 올라가고 혈중 지질이 쌓이는 등 혈관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심장의 근육세포가 노화되며 탄력을 잃게 되는 것도 중년 이후 여성들의 심혈관 질환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절기 돌연사 위험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가 활성화하면서 말초동맥들이 수축하고 혈관 저항이 커져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심장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고혈압 환자는 갑자기 혈압이 치솟아 뇌출혈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심장질환자는 심장발작이나 흉통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아침에 잠에서 깨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시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환절기에는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 위험요인인 과음, 흡연을 피하는 게 좋다. 과음은 심방세동 등의 부정맥, 심근 허혈과 연관이 있다. 흡연도 담배 속의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이나 뇌로 가는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려 심장에 부담을 준다.

고혈압 환자라면 되도록 실내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10~15분간 몸을 충분히 풀어주고, 최대맥박수의 70~80% 강도로 20분쯤 제자리 걷기, 계단 오르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하는 게 좋다.

  심혈관질환 예방 4가지 생활수칙  

1.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생선·채소 충분히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1.2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5g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짜게 먹는 습관은 혈압을 높여 심혈관 질환의 발생과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등푸른 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전 형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일주일에 생선을 2회 이상 섭취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채소류 및 해조류 등 섬유소가 많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2.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기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키에 맞는 적정체중을 유지하고(체질량지수 기준 25㎏/㎡ 미만) 여성의 경우 허리둘레를 85cm미만, 남성은 90cm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 체질량지수: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3.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하기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4일 이상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운동하는 것으로 혈압과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시간을 나누어 수회에 걸쳐 총 30분 이상 운동을 해도 같은 효과가 있으므로 따로 시간을 내지 못하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측정하기
심장건강을 해치는 고혈압, 당뇨병 발생이 증가하는 40대 이후에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가족력 등 다른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의 경우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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