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면세점 위기 확산

[데스크칼럼]

중국의 사드 보복정책으로 ‘유커절벽’이 현실화된 지난달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면세점 매출이 급감했다.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901억원을 기록(산업통상자원부 집계), 전월(2684억원) 대비 783억원이 감소했다. 사실 2월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이 있어 국내 유입 유커 수가 증가했고 그에 따라 면세점 매출도 대폭 늘어났다. 따라서 3월 면세점 매출이 감소한 이유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유커 수의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1~3월 국내 방문 유커 수는 153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1%가 줄었다.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정책이 현실화된 3월만 보면 37만여명의 유커가 방문해 지난해 대비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 일본과 동남아·중동 관광객이 늘고는 있다. 특히 지난해 자국 경기 회복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21.5%나 증가했다. 여기에 아시아·중동 관광객도 12.7% 늘어났다.

이에 따라 1분기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372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3.2%가 증가했다. 유커의 빈자리를 일본과 동남아·중동 관광객이 어느 정도 채웠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1분기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3월만 따져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24만여명을 기록, 전년 동월대비 10.9% 감소했다. 3월 기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6년 이래 처음이다. 모두 유커 수의 감소 탓이다.

유커들은 그간 국내 면세점에서 일명 ‘큰손’으로 불렸다. 이들은 일본이나 동남아 관광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제품들을 ‘싹쓸이’ 하듯 구매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관광객의 구매력은 그간 국내 면세점 매출의 2/3 이상을 차지했다. 따라서 유커의 유입 감소는 즉각적인 면세점 매출 감소로 나타났고 이는 국내 화장품업계에는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물론이고 중소업체들도 그간 면세점 매출로 재미를 톡톡히 봤던 터라 그 영향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면세점 업계 총 매출은 사상 최초로 1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커 수의 감소가 장기화되면 올해 최대 5조원 가량의 매출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면세점 위기가 확산되면서 업계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이에 따라 올 연말 새로 문을 여는 현대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5개 신규 면세점들은 개장 연기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 내 롯데마트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는 현실에서 향후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면세점 매출이 반토막이 날수도 있다는 지적은 이제 곧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업계는 업계대로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현재의 글로벌 경영 체제의 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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