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하늘에 한숨만…"숨 쉬기도 무섭다"

떠다니는 발암물질 '미세먼지'…흡연보다 유해 조기사망 원인 "종합 대책 마련 시급"

뿌옇고 답답한 공기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봄이 되면 야외활동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봄비가 내려 하늘이 맑은 것도 잠시다. 언제 또 다시 희뿌옇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1/7 정도 되는 미세먼지(PM10)와 미세먼지보다도 훨씬 작은 2.5μm 이하의 크기를 가진 초미세먼지(PM2.5)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의 하루 평균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나쁨'(1㎥당 50㎍ 이상)' 이상을 기록한 날은 총 17일로 ‘PM 2.5’ 농도를 측정한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미세먼지는 주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며 공장이나 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미세먼지에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구리, 철과 같은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의 유해물질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인체에 치명적이다.

IARC, 1군 발암물질 지정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한 해 미세 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흡연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600만명으로 미세 먼지의 건강 유해성이 흡연보다 더 큰 셈이다.

더욱이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미세 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 먼지(PM10)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

특히 폐포까지 들어가는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초미세 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의 사망률은 30~80% 증가한다.

국내 미세 먼지 농도는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90년 초미세 먼지 농도가 26㎍/㎥에서 2011년 24㎍/㎥ 까지 내려갔지만 그 이후로 계속 증가해 2015년에는 29㎍/㎥까지 올라갔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한국이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국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기관지염부터 뇌졸중까지 각종 질병 유발

미세 먼지는 각종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입자의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5~30분의 1정도로 매우 작아 코·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들어가 혈액에 침투, 우리 몸속을 떠돌며 염증과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오랫동안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우리 몸은 급속도로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알레르기성결막염과 같은 안구질환과 피부질환 등 각종 질병이 유발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눈, 코, 피부, 목 등에 알레르기와 과민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성 결막염, 비염, 중이염 등 각종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피부질환자인 경우 중금속이 포함된 오염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질환이 악화할 수 있으며, 정상적인 피부에도 자극을 주어 가려움, 붉은 반점, 부종, 물집 등이 생기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초미세먼지가 혈관에 염증과 혈전(피떡)을 유발해 허혈성 심질환과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승운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우리 인체에 침투돼 폐의 염증을 유발하고 혈액 점성을 높인다”면서 “이 같이 점성이 높아진 혈액은 끈끈하게 변하게 되면서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평소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심질환과 심부전의 발병 위험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초미세먼지는 협심증이나 뇌졸중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당뇨나 비만 등의 만성 내과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고령인 경우 건장한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미세먼지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정보 확인 야외활동 자제해야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경우, 미세먼지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미세먼지가 통과하지 못하는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을 경우 장시간 자전거, 등산 등의 야외운동은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사로 인해 대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에는 공기청정기로 먼지를 줄이고 가습기를 이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불필요한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고, 평소 물 8잔 이상 마시는 습관을 들여 자칫 건조해질 수 있는 목, 코,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스트레스를 이겨내 면역 기능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 커피, 음주, 흡연을 줄여 관련 질환의 악화를 막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 같은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선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은 경우, 외출 시에는 마스크와 긴소매 옷, 모자, 그리고 선글라스와 같은 보호 안경을 착용해야 하며, 외출 후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고 옷을 잘 털어야 한다.

의료계도 종합대책 마련 촉구

이처럼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의료계도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세먼지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을 넘어 조기사망을 부를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미세먼지는 조기사망의 90%를 일으킬 정도로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연구 논문을 근거로 제시하며 “지름 2.5㎛ 미만 초미세먼지(PM2.5)가 국가를 넘어 이동하며, 다른 나라 국민의 조기사망을 유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이 228개국에서 제조업 때문에 발생한 초미세먼지 농도와 그로 인한 심장병, 뇌졸중,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 사망자 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2007년 한 해 동안 345만 명이 초미세먼지가 원인이 돼 사망했다. 이 가운데 12%인 41만1100명은 다른 나라에서 날아온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회는 "알려진 것처럼 미세먼지는 단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조기사망의 90%를 일으킬 정도로 치명적인 문제다"며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수차례 정부 차원의 기술적, 정책적,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그 손실을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부랴부랴 미세먼지 기준 강화, 노후차량 배기가스 저감정책, 화력발전소 배출가스 규제 등 정책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미세먼지 예·경보 관련 시스템을 조기 구축하고 전문 인력과 측정망 확충 등 미세먼지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반인은 물론 어린이와 노약자 등 건강취약계층에 특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건강피해 예방을 위한 행동요령 홍보, 미세먼지 감소효과가 있는 마스크 보급,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실태조사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 지원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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