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화장품을 믿지 마라

【보건포럼】윤수진 약사

천연(天然)이라는 말은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아니한 상태”를 말한다. 즉, 인위적인 화학 합성이나 물리적 힘들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얻어내는 것들을 가리킨다. 인공 화학 합성물들이 인체에 미치는 여러 문제들이 나오면서, 자연 그대로 얻을 수 있는 ‘천연’ 성분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향했다. 그리고 천연화장품은 화장품 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7년 4월 현재 국내에 천연 화장품에 대한 기준 및 인증관련 법규는 없다. 즉, 화장품에 천연유래성분이 들어가면 천연화장품이라는 말을 붙여도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식약처에서는 관련한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언제 기준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화장품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천연화장품은 천연에서 유래된 성분 일부가 들어갔을 뿐,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화장품과 그 성분상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알레르기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방부제, 색소, 계면활성제들이 버젓이 들어있기도 하다. 천연화장품이기에 순(順)하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막상 파라벤류의 방부제를 비롯하여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몇 종류 들어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천연화장품의 함정은 또 있다. 그것은 천연에서 유래한 성분이 과연 피부에 자극이 없는가에 대한 문제다. 옻은 옻나무 열매를 갈아서 만든 향신료이다. 옻은 분명 사람이 인위적으로 합성한 것이 아닌 자연에서 얻어진 물질이다. 하지만 옻이 피부에 닿으면 빨갛게 부어오르고,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비슷하게 과일 추출물 중 일부는 의외로 자극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천연화장품을 표방한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에는 화장품에 대해 동물 실험을 거부하고, 동물성 기름을 비롯한 동물 추출물을 넣지 말자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콜라겐, 초유, 양태반, 라놀린, 마유, 뱀기름 등도 역시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천연 물질이다. 또한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되는 페트롤라툼 역시 석유에서 얻어진 천연 물질이다. 무조건 천연 물질이라고 하여 피부에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보다 피부에 안전한 화장품을 사용하기 위해 찾는 천연화장품은 개념의 모호함, 그리고 사람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천연물질의 존재, 마지막으로 천연물질을 배합했지만 화장품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는 복합적인 문제들이 존재한다. 천연화장품이라 하여 무조건 신뢰할 수 없으며, 앞으로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검증 방법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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