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위기 내몰리는 이비인후과 "정책적 지원 절실"

이비인후과의사회, 감염관리 필수과 불구 제외 억울… 강처치 위한 감염관리료, 소아 가산제 등 촉구

"줄어드는 환자수, 낮은 방문당 진료비, 낮은 의료수가 인상률은 이비인후과에게 또 다시 위기가 닥쳐옴을 의미한다."

이비인후과의사회가 상기도감염병 대응의 첨병 역할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와 관련된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이비인후과의 몰락을 막고 접근 편이성을 살려야하며, 급성호흡기감염병 관리에 필수 진료과목인 만큼 그 기능을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것.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회장 황찬호)는 지난 5일 제24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의사회는 가장 먼저 급성기 감염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이비인후과를 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비인후과 진료는 코와 목, 귀 등을 직접 보고 만지는 방식으로 진찰과 병변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가 동시에 이뤄진다. 이 때문에 급성호흡기감염병에 노출되는 위험이 항상 존재하며, 감염관리에 많은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관련감염의 100% 예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이러한 진료 특성 때문에 코로나 사태 초기에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격리조치를 당했고 병원은 폐쇄명령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황찬호 회장은 "2022년 초 코로나19의 폭발적인 감염사태가 왔고 이를 막아내기 위해 정부는 의원급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고자 했다"며 "코로나19 감염의 공포심이 높은 시기였지만, 이비인후과는 먼저 앞장서서 정부의 협조 요구에 부응했고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왔다. 지난 3년간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노력과 숭고한 희생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급성상기도염증 진료건수를 보면 이비인후과 384만건, 내과 199만건, 소아청소년과 146만건으로 이비인후과가 가장 높은 진료건수를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2021년도 7월 23일에서 29일까지 호흡기전담클리닉 시범사업 지역인 경기도 고양시에서 관내 16곳의 의원에서 총 750건의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에서 13명의 양성자를 찾아냈고 모두 PCR 양성으로 확인이 됐는데 양성자 검출 의원의 90% 이상이 이비인후과였다. 동일기간 동안 고양시 선별검사소에서는 15만 5863건의 PCR을 하였으며 양성자 11명만을 찾아낼 수 있었다.

황 회장은 "이러한 자료로 추정 가능한 사실은 양성자들이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이 지정검사소보다는 근처 동네 이비인후과라는 것과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이비인후과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뿐만이 아니라 급성호흡기감염 환자들은 이비인후과를 가장 먼저 방문하는 등, 제2, 제3의 국가 재난성 호흡기 감염병 사태에도 그 역할이 기대되는 필수불가결한 필수 진료과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1차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시작됐을 때 확진 의심자의 방문이 이비인후과에서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며 "코로나 의심환자의 경우 비경을 통한 비강구조의 확인 뒤에 비인두도말신속항원검사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비강과 비인강의 해부학적 지식은 위음성을 줄이고 검사의 정확성을 올리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회는 소아환자 진료기피 현상을 막기 위한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6세 이하 소아 환자의 15% 정도가 편도 아데노이드 질환이나 중이염 같은 이비인후과 진료다. 그러나 최근 소아 환자 귀내시경 검사 중 귀지를 제거하다 출혈이 있었다며 담당 의사에게 2000만원대 민사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비인후과에서 소아 진료를 기피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진료 현장에서 보호자 기대 수준은 점점 높아지는데 아이들은 검사 중에 다칠 위험이 항상 있다. 이런 부담을 안고 진료하기에 내원일당 진료비는 낮고 진료시간은 성인 환자 2배 이상 소요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만원도 되지 않은 돈을 받으며 진료하다 수천만원대 소송을 당하는 입장에서 힘들다"며 "소아 진료 어려움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키즈존'이 등장한 것처럼 의사가 소아 환자를 반기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따라 소아 진료에 대한 가산 수가를 확대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소아 진료 가산을 최소 5배에서 10배는 올려야 한다. 전향적인 결정이 꼭 필요한 시기다. 분만 수가 더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30년 전에 나왔다. 그때 10배 올렸다면 분만 의료기관이 사라지고 인프라가 무너지는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아 진료 가산도 마찬가지다. 지금 10배 올리라는 주장이 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을 내다보지 않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소아 진료 역시 분만 인프라 붕괴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시적인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소아 진료에 대한 높은 가산제 등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소아환자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환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적 배려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노인성 난청에 대한 긴급 지원도 촉구했다. 현재 관련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보청기가 필요한 중등도 난청의 유병율이 20~25%임에도 별다른 비원이 없어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중 보청기가 필요한 중등도 난청 유병률은 20~25%로 추정된다. 관련 환자의 12.6%만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다른 국가의 보청기 사용률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에 의사회는 생애 전환기 난청 검진 프로그램' 운영과 '노인 중등도 난청에 대한 보청기 급여확대'를 언급했다. 

'생애전주기 국민건강 맞춤 돌봄 서비스'에 난청 항목을 포함시켜 청각장애에 해당되지 않는 노인성 난청 환자에게도 청력 검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또 난청 발견 즉시 그 진행을 예방하는 진료와 함께 적절한 보청기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등도 난청으로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장애판정을 받지 못해 보청기 구입 시 급여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인구가 13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을 지원한다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년층에 많은 도움이 되고, 치매나 노인성 우울증 같은 난청을 매개로 하는 질환의 발병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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