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 전염병 관리에는 방역 전문의가 필요하다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코로나인플루엔자가 돌고나서 전염병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나라가 많아졌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질병관리청이 생겨났다. 욕심 같아서는 환경부나 식약처 같은 독립 기구가 생겨났으면 좋겠지만, 복지부 조직으로 방역체계가 강화됐고 인력도 늘어났다. 질병관리청에는 청장을 위시해서 많은 전염병 전문의가 진출했다. 그러나 전염병 관리는 전염병을 치료하는 전염병 전문의와는 다르다. 

미국의 월터리드육군병원은 스페인과 전쟁을 할 때 카리브해에서 알 수 없는 괴질로 군인들이 사망하자 그 원인을 추적조사 했다. 당시의 의학수준으로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모기 때문에 매개된다는 사실은 간접적으로 입증했다. 이것이 역사에 남는 뎅기열 역학조사다.

미국에는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라는 거대한 연방기구가 있다. 글자 그대로 질병통제예방센터다. 지금은 CDC라는 말을 쓰지만 범위가 확대돼 모든 질병의 관리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는 많은 보건대학원이 있다.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에서 보건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을 양성하기 위한 조직으로 시작됐지만, 그 내용을 보면 전통적으로 질병관리에 치중해 있다. 그중에서도 전염병의 전파경로와 이를 차단하는 방역사업을 주관하는 전염병역학은 석사과정의 모든 학생에게 필수과목이다. 대부분의 보건대학원에서는 질병치료보다는 전염병의 발생과 전파 그리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방역대책을 가르치는 전염병역학 전공교수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건대학원에서 역학을 가르치고 전문교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환자를 진료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미네소타주립대학의 제이로드 앤더슨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역학전문가며 교수다. 그러나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전염병 환자를 다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의 구성요원을 보면 전염병을 직접 치료하는 의사들로 구성돼 있다. 보다 더 미래지향적으로 질병관리 사업을 펴나가려면 질병치료 전문의 보다는 방역전문가가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현재 인적자원으로 역학전문가가 부족하다면 이제부터라도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전염병 전문의와 전염병 역학전문가는 매우 가까운 존재다.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는 내용이나 목적을 보면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질병관리청이 건전하게 육성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방역전문가가 양성되고 배치돼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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