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86%, 대체조제 부정적"… 제도 왜곡 심각

의사협회, 의사 3234명 불법 대체조제 설문조사 결과 발표
"사전동의·사후통보 의무 미이행 처벌 사실 모른다" 55.9%
보건소 통보 조치 '2.4%', 법률 개정 및 행정처분 강화 촉구

의료현장에서 약사의 불법 대체조제가 여전히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가 실시한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 의사 10명 중 8명 이상이 현행 대체조제 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제도의 본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협(회장 김택우)은 9월 29일부터 10월 19일까지 의협신문의 자체 설문시스템 '닥터서베이'를 통해 회원 3234명을 대상으로 '불법 대체조제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6%가 현행 제도에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며, 95.7%는 성분명 처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대체조제 관련 법적 처벌조항에 대한 인식 부족이었다. 약사가 처방의사의 사전 동의 또는 사후 통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55.9%에 달했다.

반면, 불법 대체조제를 인지하고도 보건소 등 관계기관에 통보 조치를 한 경우는 2.4%에 불과했다.
36.1%는 아무런 조치 없이 넘어간다고 답했다. 이는 현행 법령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의협은 이번 설문을 통해 대체조제가 제도 취지를 벗어나 약사 중심의 임의적 행위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체조제는 본래 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동일 성분의 대체가 불가피할 때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실제로는 약국 현장에서 '임의 변경' 수준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의협은 "대체조제는 환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약사가 의료적 판단 없이 약을 변경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의사의 처방권과 환자의 치료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법률 개정 및 제도 개선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불법 대체조제에 대한 처벌 강화와 행정처분 강화를 정부와 협의해 추진하며, 회원 대상 법적 대응 가이드라인 제작과 불법 대체조제 신고 활성화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회원이 대체조제 사후통보 문제와 약화(藥禍) 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며 "의료현장의 실제 피해 사례를 수집해 정책 개선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편 현행 약사법(제95조 벌칙)에 따르면 약사가 의사에게 사전 동의나 사후통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사처벌)에 처해지며, 사전 동의 미이행의 경우 1차는 업무정지 15일, 2차는 업무정지 1개월, 3차는 면허취소(행정처분)에 처해지며, 사후통보 미이행의 경우 1차는 업무정지 7일, 2차는 업무정지 15일, 3차는 업무정지 1개월, 4차는 면허취소(행정처분)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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