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왜곡·여론조작 연계' 의혹… 의협 한특위, 의료기기업체 행태 질타

일부 의료기기 업체, 상업이익 위해 허위 여론 조장… "사법부 판단 악용 중단해야"

최근 일부 의료기기 업체들이 법원의 판단을 왜곡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전면 합법화됐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는 "사법부 판결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허위 주장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의료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강력히 경고했다.

지난 10월 2일 ㈜VSI, ㈜오톰, ㈜에코트론 등 일부 의료기기 업체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합법화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의사의 방사선 진단 장비 사용을 촉구하며, 법원 판결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한특위는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한특위는 "법원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합법'으로 인정한 적이 전혀 없다"며 "최근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단순히 피고인 한의사가 기기에서 자동 추출되는 수치를 참고했을 뿐, 영상 진단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지, 엑스레이 사용 자체를 합법화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2011년 대법원 판결(2009도6980)을 인용하며 "한의사가 X-선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명백히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이미 판시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부 업체와 한의계가 해당 판결을 '엑스레이 사용 전면 허용'으로 포장한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행위라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한특위는 "상업적 이익을 위해 허위 주장을 반복하며 무면허 의료를 조장하는 일부 의료기기 업체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의료 면허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일"이라고 규탄했다.

더 큰 문제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던 업체 중 한 곳이 공식적으로 "참석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사실관계 왜곡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코트론은 11월 5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당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내용과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특위는 "참여하지 않은 기업까지 끌어들여 외연을 부풀린 것은 여론을 조작하고 국민을 속이는 행위"라며 "이는 단순한 오해 수준을 넘어 의도적인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협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오인이나 해석 차이를 넘어, 특정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린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특위는 "서영석 의원의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 법안 발의 시점과 맞물려 기자회견이 열린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정치적 배후나 영리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특위는 이미 관련 업체에 사실관계 소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응답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한특위는 "의료기기 업체들은 법원의 판결을 왜곡하거나 국민을 기만하는 허위 주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 또한 이러한 왜곡된 여론 조성을 단호히 차단하고, 무면허 의료행위의 확산을 막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의료행위의 법적·과학적 경계를 다시 분명히 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적 시도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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