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면역단백질, 알츠하이머 치료 반응과 연관

서울성모병원, 레카네맙 치료 환자 62명 분석…C1q·C3와 치료 반응·ARIA 연관성 확인

(왼쪽부터)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변기환 교수

알츠하이머병 항체치료를 앞둔 환자에게 치료 효과와 부작용 위험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제시됐다.

혈액 속 면역 단백질인 '보체(complement)'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실제 레카네맙 치료 환자를 분석한 결과, 치료 전 혈액에서 측정한 C1q와 C3 수치가 치료 후 아밀로이드 감소 및 ARIA 발생과 각각 연관되는 양상을 확인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62명을 대상으로 한 단일기관 후향적 탐색 연구다. 혈액검사만으로 치료 효과나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연구팀도 향후 다기관 전향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억장애클리닉 강동우 교수 연구팀(제1저자 변기환 교수)은 항체치료 전 혈액 속 면역 단백질 수치와 치료 후 아밀로이드 변화 및 부작용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에서 레카네맙 치료를 시작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62명의 실제 진료자료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치료 전과 치료 26주 후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모두 시행한 34명은 치료에 따른 뇌 아밀로이드 변화까지 분석했다.

그 결과 PET 추적군의 뇌 아밀로이드 부담을 나타내는 센틸로이드(Centiloid) 평균값은 치료 전 67.8에서 26주 후 38.1로 낮아졌다. 평균 감소량은 29.7 센틸로이드로 치료 전 수치의 43.8%에 해당했다.

연구팀이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은 혈액 속 C1q와 C3였다. 두 단백질은 우리 몸의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보체' 체계의 주요 구성 요소다. 보체는 세균이나 손상된 세포, 비정상 단백질 등을 인식하고 다른 면역세포가 이를 제거하도록 돕는 면역계의 보조 시스템이다.

C1q는 보체 반응을 시작하는 역할을 하고, C3는 이후 이어지는 보체 활성화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항아밀로이드 항체가 뇌 안팎의 아밀로이드 베타에 결합하는 과정에서 보체 경로가 함께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존 생물학적 가설에 주목했다. 치료 전 혈액의 C1q·C3 수치가 치료 후 아밀로이드 감소와 ARIA 발생에 어떤 양상으로 연결되는지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치료 전 C1q 수치가 높을수록 치료 26주 후 PET에서 확인된 아밀로이드 감소 폭이 작은 연관성이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나이와 성별, 치료 전 아밀로이드 부담, 아포지단백 E ε4(APOE ε4) 보유 여부 등을 고려한 분석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C3에서는 다른 양상이 관찰됐다. 치료 전 C3 수치가 낮은 환자에서 ARIA가 더 자주 나타나는 연관성이 확인된 것이다.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는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이 MRI에서 확인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 전체 62명 가운데 ARIA가 발생한 환자는 7명으로 11.3%였다. 이 중 5명은 경증, 2명은 중등도였다.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는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해 제거를 돕는 치료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가운데 뇌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환자에게 적용하며 인지기능 저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치료 과정에서는 ARIA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인 MRI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따라서 치료 전부터 환자의 위험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치료 과정에서 기존의 유전정보와 뇌영상뿐 아니라 혈액검사에서 얻을 수 있는 면역학적 정보까지 치료 반응과 안전성 평가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결과를 곧바로 임상 예측검사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이 62명에 그쳤고 ARIA 발생 환자도 7명뿐인 단일기관 후향적 분석이기 때문이다. C1q와 C3가 실제로 치료 반응이나 ARIA 위험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는지는 더 큰 규모의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연구팀은 향후 다기관 전향연구에서 이번 결과가 재현된다면 C1q와 C3가 기존 유전정보와 뇌영상 소견에 더해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 전 위험도 평가에 참고할 수 있는 후보 바이오마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강동우 교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얻은 혈액검사와 뇌영상 자료를 연결해 보체 단백질 C1q와 C3가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의 아밀로이드 감소 및 ARIA와 각각 연관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역시 이 같은 실제 진료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 알츠하이머협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Translational Research & Clinical Interventions(TRCI)'에 게재됐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