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기능 보고·수가로 유도…한국형 주치의제 과제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일본 주치의 정책 분석…환자 등록보다 일차의료 기능 강화에 초점

주치의제 도입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은 환자를 특정 의사에게 의무적으로 등록시키기보다 의료기관의 기능을 명확히 하고, 지속적인 환자 관리에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차의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형 주치의제를 설계할 때도 제도 도입 자체에 앞서 의료기관의 역할과 보상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일본의 주치의 관련 정책을 분석하고, 한국의 일차의료 강화 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일본 사례의 핵심은 환자의 의료 이용을 강제로 제한하기보다 의료기관의 기능과 제공 서비스를 공개하고,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정책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2025년부터 의료기관의 기능을 보고하는 체계를 통해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진료와 환자 관리 기능 등을 보고하면 관련 정보가 공개되고, 환자는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공공 의료정보 제공 시스템인 '나비아이(Navi-i)'도 의료기관의 기능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환자를 특정 주치의에게 등록시키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환자의 선택권을 유지하면서 의료기관별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역 내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절히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접근이다.

지속적인 환자 관리에 보상…수가체계로 참여 유도

일본은 제도적 유인책으로 수가체계도 활용한다.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지역사회 연계 등 일차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에 관련 수가와 가산을 적용해 의료기관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부 제도에서는 포괄적인 보상 방식도 활용된다. 개별 진료 행위에 대한 보상만으로는 만성질환 관리와 지속적인 상담, 환자 추적관리 등 일차의료의 역할을 충분히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의료기관이 주치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려면 역할을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와 책임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자 관리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 진료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의협 의정연은 "다만 일본의 정책이 주치의 지정이나 등록을 둘러싼 논란을 완전히 해소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사회는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을 제한하거나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묶어두는 방식에 반대해 왔다"며 "주치의 기능을 강화하더라도 환자의 선택권과 의료 접근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한국형 주치의제, 지정 방식보다 기능·보상 설계가 관건

이번 분석은 한국형 주치의제 논의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주치의 지정이나 환자 등록을 제도의 출발점으로 삼기보다 일차의료기관이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부터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 건강상담, 지속적인 환자 추적관리, 상급병원과의 진료 연계 등 일차의료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이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에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의 기능과 서비스 정보를 환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체계도 중요하다.

의정연은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 이용을 요구하거나 선택을 제한하는 방식은 의료계와 국민의 수용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면 환자가 필요에 따라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속적인 진료와 건강관리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일차의료 이용을 유도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한국형 주치의제의 성패는 제도 도입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의료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가와 정보 공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밝혔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