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오남용도 못 막았는데…비대면진료 본사업 강행 논란

내과의사회, 중복 처방·의존성 의약품 오남용 전수조사 촉구…본사업 백지화 요구
곽경근 회장 "초진 허용해도 처방 7일 제한"…약 배송·진료량 규제 완화에 우려

(왼쪽부터) 조원영 총무이사, 조현호 총무부회장, 곽경근 회장, 이태인 공보이사 

비대면진료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약물 오남용과 중복 처방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확대를 서두르는 것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곽경근)는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즉각적인 중단과 오는 12월 24일로 예정된 본사업 전환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의사회는 비대면진료 확대에 앞서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여러 의료기관을 통한 중복 처방과 마약류 대체제로 우려되는 향정신성 의약품, 의존성 의약품의 오남용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원하는 약을 처방하는 의료기관이 이른바 '성지'로 알려지는 상황에서도 이를 걸러낼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하지 않은 채 본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곽경근 회장은 "비대면진료 제도를 설계할때부터 환자 편의와 안전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가능해야 하며, 제도 확대 역시 충분한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초진 허용 범위를 넓히고 의약품 배송을 추진하는 등 비대면진료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제도 확대에 앞서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중과 의사 1인당 진료 건수에 대한 제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 회장은 초진을 허용하더라도 처방 기간을 우선 7일 이내로 제한하고, 안전성 자료가 충분히 축적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편의성만을 앞세워 규제를 완화할 경우 약물 오남용을 막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현호 총무부회장도 비대면진료의 기본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총무부회장은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이어야 하며, 재진 중심으로 운영하고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을 허용하는 방식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의약품 배송 확대와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 비대면진료가 환자 진료의 보조 수단을 넘어 산업화·상업화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규제가 완화되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제도 확대에 앞서 명확한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태인 공보이사는 본사업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시범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공보이사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와 약물 오남용 사례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 뒤 제도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이러한 검증 절차 없이 12월 24일 본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내과의사회는 비대면진료 자체를 무조건 확대하거나 축소할 문제가 아니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운영 기준과 관리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중복 처방과 의존성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실태조사, 진료량 제한, 처방 기간 관리 등 구체적인 안전장치 없이 본사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가 본사업 전환 일정을 앞세우기보다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먼저 확인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안전성 검증 없는 비대면진료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