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회가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관련 하위법령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환자 안전을 위한 규제 장치가 약화되고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 원칙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사회는 개정안이 강행될 경우 비대면진료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곽경근)는 복지부가 지난 19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및 관련 행정처분 기준 개정안에 대해 비대면진료의 안전성과 의료전달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플랫폼의 영리적 운영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는 반면, 진료 현장의 의료진에게는 과도한 책임이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가 문제 삼은 대목 중 하나는 야간·휴일 비대면진료 실적의 산정 방식이다. 개정안은 평일 오후 8시 이후, 토요일 오후 6시 이후와 공휴일의 진료를 비대면진료 비율 및 전체 진료 건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사회는 이 같은 방식이 비대면진료 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사실상 비대면진료만을 전담하는 기관을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금지한다는 원칙과 하위법령의 실제 운영 기준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정보를 판매하는 플랫폼에 대한 제재 수준도 문제로 제기했다. 진단명과 진료 이력, 처방 정보 등 민감한 건강정보를 판매한 경우 단계별 행정처분을 적용하거나 처분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기준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환자 건강정보의 상업적 이용을 막기 위해 위반 시 한 차례만으로도 퇴출할 수 있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초진 비대면진료의 처방 기간을 최대 30일까지 허용하는 예외 조항도 비판했다.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초진 비대면진료 처방을 7일 이내로 제한하면서도, 과거 진료나 처방 이력이 있는 경우 한 차례에 한해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회는 "의료기관 간 처방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외를 확대하면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돌며 처방받는 이른바 '처방 쇼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초진 비대면진료의 지역 범위 역시 시·군·구 단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의 불공정 영업행위에 대한 제재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유료 광고를 통한 검색 순위 우대나 특정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유도 등 플랫폼의 행위는 제대로 규제하지 않으면서, 환자 본인 확인과 비대면진료 대상 여부, 진료 비율 준수 등의 책임은 의료기관에 집중되고 있다"며 "플랫폼의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플랫폼의 오류나 부당한 운영으로 발생한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의 실효성도 도마에 올랐다. 한지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2~7월 약사가 입력한 대체조제 관련 기록은 308만878건이었지만, 의사가 실제로 접속해 확인한 건수는 1만1308건으로 전체의 0.37%에 그쳤다. 의사회는 이 같은 통보 체계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간 통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성분명 처방 의무화의 근거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에 야간·휴일 진료 산정 제외 조항 삭제, 건강정보 판매에 대한 강력한 제재, 초진 30일 처방 예외 철회, 초진 진료 지역 제한, 플랫폼 불공정 행위 규제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와함께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이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개정안이 그대로 강행될 경우 비대면진료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오는 12월 24일 예정된 비대면진료 본사업 역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