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다운) 무릎에 찬 물, 함부로 빼다가 병 키운다.

임재현 원장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도대체 영국 남자 배우들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숀 코네리와 안소니 홉킨스에서부터 게리 올드만과 이안 맥그리거를 거치고,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 그리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까지, 우리 스크린을 채우는 영국 남자들은 셀 수도 없습니다. 유럽 권에서 이렇게  멋진 배우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영국이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사도, 그리고 유머, 특유의 억양은 영국 남자들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영어권인 미국 할리우드라는 커다란 시장이 있다는 것, 영국 배우들의 활발한 스크린 진출의 동력임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영국의 영화와 미국의 영화는 다른 점이 있고,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잘못 섞이다 보면 국적 불명의 영화가 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합니다.

​ 작은 키에 미남은 아니지만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제임스 맥어보이, 역시 영국이 자랑하는 배우 중의 하나입니다. <원티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었고, 최근 <엑스맨> 시리즈에서 찰스 자비에 역으로 많은 팬들이 생겨났습니다. 만약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크 스트롱이 주연이라면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영화<테이크 다운>은  그 기대를 저버립니다. 배우들의 역량은 뛰어났으나 욕심만 지나쳤습니다. 할리우드 스타일의 액션만 보일 뿐, 영국 특유의 세련된 스토리나 짜임새가 보이지 않아 아쉬운 영화입니다.

앤디 가르시아와 닮은 듯 한 슬픈 눈빛의 제이콥 스턴우드(마크 스트롱)는 전설적인 은행털이로 마지막 크게 한 판을 벌이게 됩니다. 열형 형사 맥스 르윈스키(제임스 맥어보이)는 그의 뒤를 쫒다가 맞닥뜨리게 됩니다. 하지만 제이콥은 한 수 위, 형사 맥스는 무릎에 총상을 입고 쓰러지고 맙니다. 쓰러진 형사 맥스를 두고 유유히 사라지는 제이콥, 형사 맥스는 살았다는 안도감보다는 상처받은 자존심에 괴로워합니다.

몇 년이 흘러 대도 제이콥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조금씩 잊혀지지만, 형사 맥스에게는 씻을 수 없는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하나는 그의 자존심에 난 상처이고, 또 하나는 그의 무릎에 남은 총상의 흔적입니다. 그러던 중, 대도 제이콥의 아들이 단순 강도 사건에 연루되어 총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제이콥의 아들을 이용하여 제이콥을 잡으려는 형사 맥스의 집념어린 추적이 시작되는 데, 알고 보니 제이콥의 아들이 연루 된 것은 단순 강도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부패 경찰과 무기 회사, 그리고 권력의 상부까지 얽히고설킨 악의 고리는 갈수록 맥스와 제이콥을 조여오기 시작합니다. 서로 적이었던 대도 제이콥과 형사 맥스는 이제 공통의 적을 만나게 되는데,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호기 있게 시작된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지고 갈피를 못 잡게 됩니다. 범죄 스릴러의 모든 구성 요소를 섞어 놓았으나 결말은 예측 가능하고 싱거워져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국 스타일의 차가운  스릴러로 다듬었으면 훨씬 세련되고 흡인력이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요.

영화<테이크 다운>에서 형사 맥스는 영화 도입부에 무릎에 총상을 입고 쓰러집니다. 그러나 후유 증이 남아 다리를 절게 되는데, 그는 조금만 무리하면  무릎에 물이 차서 부어오릅니다. 그는 커다란 주사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시도 때도 없이 무릎에 고인 물을 스스로 뽑아내는데, 정말 위험한 행동입니다.

​무릎에 고인 물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이유와 치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정상적인 무릎에는 소량의 물이 고여 있습니다. 관절막과 그 안의 활액막(활막)이 무릎 관절을 싸고 있는데 그 안에 고여 있는 것을 활액이라고 합니다. 활액의 역할은 연골판 등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보호하며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연골판의 손상, 반월상 연골판의 파열, 퇴행성 관절염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관절 내에 이상이 생기면, 손상된 조직의 보호와 재생을 위해 관절낭으로 혈액 공급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면 활액의 양이 증가하고 물이 고여 관절이 붓게 되는 것입니다.

슬관절을 싸고 있는 활액막(활막)에는 신경분포가 많아, 물이 차거나 활액막염 같은 염증이 생기는 경우에는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한 통증이 유발되면 주사기로 물을 빼내서 압력을 늦춰 증상을 완화하게 되는데, 이것은 근본적인 치료가 아닙니다. 물이 차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인이 제거 되면 자연히 물은 고이지 않게 됩니다. 물을 빼내고 나서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스테로이드 주사를 주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뼈주사라고도 하는데, 2-3회 이상 많이 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같이 소독도 하지 않고 주사기로 물을 빼내면, 세균이 침범하여 화농성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농성 관절염은 응급으로 수술해서 고름을 씻어내야 하는 위험한 질병입니다. 그래서 관절 주위에 맞는 침 같은 시술도 조심해야합니다.

스피드 스케이트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이상화선수도 무릎에 물이 차는 것 때문에 고민이라고 합니다. 허벅지 근육의 강화를 위해 강도 높은 스쿼트 운동을 해야 하는 스케이트나 스키 선수들은 반월상 연골판 등에 손상이 잘 올 수 있고 선수생활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픈 무릎을 가지고 훌륭한 성적을 내는 선수들, 그 의지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인에게는 무리한 걷기나 달리기보다는 제자리 자전거, 수영 등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으로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을 권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운동에 욕심을 버리는 일입니다. 과유불급, 과도한 운동은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