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소년) 자전거와 유도의 공통점

임재현 원장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살아가야하는 이유, 삶의 동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이 갑자기 사라지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타깝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또 다른 삶의 목적을 찾거나, 그냥 삶 자체에 순응하면서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본능적인 삶의 동기, 즉 아이들이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는 관계와 사랑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삶에 애착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는 생명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더 필요한데, 그것은 관계에 대한 애착과 사랑입니다.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작품 <자전거 탄 소년>은 한 소년의 눈을 통해서,  삶의 목적에 대한 성찰을 해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소년 시릴(토마 도레)은 반항을 일삼고, 적응 장애를 보이는 문제아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있습니다. 시릴은 아버지가 자기를 버린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찾아 보육원을 탈출하려고 호시 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입니다.

시릴은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를 만나게 되는데, 사만다는 시릴의 아픈 상처를 단번에 알아보고 도와주기로 합니다. 먼저 시릴의 분신과 같은 자전거를 다시 찾아 줍니다. 사실 시릴의 자전거는 아버지가 돈이 궁해 팔아 버렸던 것이고, 자전거는 시릴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가 됩니다. 사랑을 쏟는 사만다에게도 시릴은 반항을 일삼는데, 오로지 그의 관심은 아버지를 찾는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만다와 시릴은 아버지를 만나게 되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아버지는 시릴을 외면합니다. 상처를 받은 시릴, 그러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시릴에게 관심을 보이던 동네 건달의 꼬임에 선뜻 동조하여 강도짓을 하게 되는데, 그 돈의 목적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상화 해보려는 발버둥인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마저도 거부합니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 시릴에게 남은 희망은 사만다, 그리고 자전거입니다. 반항을 일삼던 아이에서 순한 양으로 완전히 달라진 시릴, 그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폭행에도 그냥 순순히 털고 일어납니다. 그에게는 또 다른 삶의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영화< 자전거탄 소년>의 자전거는 해방의 의미입니다. 시릴을 옭아매는 사회의 덫에서부터 탈출, 그리고 아버지와의 연결고리가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에서 사만다라는 새로운 관계로의 이동 역시, 자전거가 매개체입니다.

지금 까지 시릴을 살아있게 하는 동기는 아버지였습니다. 그는 아버지라는 관계에 맹목적으로 돌진합니다. 인간의  삶의 에너지는 동기인데, 아버지를 찾는 것이 이 소년의 생의 목적이자 에너지였습니다. 그 것이 반항의 캐릭터로 분출되었던 것입니다.

그 목적을 상실하면 삶에 순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릴의 모습은 아버지에 대한 미련 전, 그리고 그 후로 180 도 달라집니다. 반항과 비행에서 착한 소년으로. 그러나 시릴의 캐릭터의 변환은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게 합니다. 마치 우리가 질풍노도와 열정의 시대를 지나, 꿈을 잃고 삶에 순응하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영화<자전거 탄 소년>의 큰 축은 자전거입니다. 시릴의 힘든 현실에서 탈출구 역할을 했던 자전거의 의미는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일으킵니다. 최근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자전거 열풍은 도시에 갇혀있던 현대인들의 삶을 자연 속으로 한 걸음 내딛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외에서의 자전거 도로와는 달리 도심에서의 인프라는 아직 미흡하여 시내의 자전거 주행은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자전거 인구와 맞물려 자전거 부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보는 부상은 의외로 어깨 부상입니다. 쇄골(빗장뼈)골절, 견봉 쇄골 인대 파열, 회전근개 파열 등, 넘어지면서 팔을 짚다가 부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속도에 욕심이 생기면서 신발이 페달에 고정되는 클릿 페달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릿 페달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잘 넘어 지는데, 이 때 부상이 쉽게 발생합니다. 이런 부상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측면으로 넘어지는 경우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짚게 되는데, 손에서 상체의 쇄골로 이어지는 구조물들은 충격에 취약한 구조도 되어있습니다. 방판에 낙상하는 경우 손목 골절이 잘 발생하는 경우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런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격투기의 기술들이 있습니다. 특히 유도의 기술 중에는 낙법이라는 것이 발전되어 왔는데,  측방 낙법이 이런 부상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측면으로 넘어지는 경우, 손을 짚는 것보다는 어깨와 날개뼈 사이의 근육이 많은 부위가 땅에 닿게 하면서 충격을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미식축구나 럭비 등의 경기에서 선수들과의 몸싸움에 사용되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조심해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머리를 가슴 쪽으로 모아야 하는 것입니다.

목 근육은 약해서 상체로 넘어지는 경우 머리를 지탱하기 쉽지 않습니다. 즉 상체가 땅에 닿으면서 머리가 회초리의 끝처럼 바로 이어 충격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어깨와 목이 지렛대 역할을 해서 머리 충격의 강도가 배가 되게 합니다. 따라서 가벼운 충격도 치명적인 부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탈 때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일상에서의 탈출, 자전거는 바쁜 현대인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여가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일상에서의 탈출이 영원한 탈출이 되지 않도록 , 꼭 지켜야 할 것은  안전입니다.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