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없는 ‘혈뇨’ 즉시 병원으로

(11) 방광암
40세이후 남성 다발… 조기발견 완치율높아
요도통해 방광경 삽입 진단·치료 비교적 간단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내일을 향해 쏴라’ ‘아메리칸 뷰티’의 촬영감독 콘래드 L.홀이 오랫동안 앓아오던 방광암의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방광암은 남성암 중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의 소재로도 별로 인기가 없어 일반인들은 ‘그렇게 많을까’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해 약 2,200여명이 새로운 방광암 환자로 등록되고 있다.
방광암은 암 중에서 비교적 증상이 초기에도 나타나 조기발견이 될 기회가 많은 암이기도 하다.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한 암이 여성에서는 ‘자궁경부암’, 남성에서는 ‘방광암’이다.
두 암의 공통점은 촉진이 가능하고 세포검사나 내시경 검사 등에 의해 조기발견율이 높고 치료방법이 많이 발전했다는데 있다.

그 중에도 환자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의사의 전문지식이 가미된다면 방광암은 분명 다른 암에 비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암이다.
방광은 요도를 통해 방광경이라는 내시경을 쉽게 삽입할 수 있어 진단도 치료도 비교적 쉽다.

방광경은 좁쌀 만한 암조직의 초기병소를 찾아내고 각종 치료장비를 방광내로 삽입해 암조직을 제거하거나 파괴할 수 있다. 물론 초기암으로 표현되는 표재성(表在性)방광암의 경우에 한해서다.
이처럼 방광암은 환자나 의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좁쌀 만한 크기로 시작되는 암종도 발견 할 수 있고 완치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암이다.

그렇다면 방광암의 대표적 증상은 무엇일까.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다.
이런 혈뇨 증상은 특히 40세 이후의 남성에서 아무런 증상도 없이 배뇨 후 내려다보니 변기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면 검사가 필요하다. 이런 종류의 무통성, 무증상 혈뇨는 신장이나 방광의 종양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두 번 붉게 나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은 소변으로 바뀌면 ‘피곤해서 그랬나보다’하며 무시해 버리는데 있다.
혈뇨는 육안적이든, 현미경적이든, 장기적이든, 일시적이든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인들의 지적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수많은 증상마다 다 질병의 존재를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과로나 정신적인 긴장 등으로 인해 생리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더 많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증상은 반드시 기질적인 질병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도 있다. 그것이 혈뇨다.

혈뇨의 출현이 배뇨 전체에서 나타나는 경우를 ‘전혈뇨’라고 한다. 또 배뇨 처음에만 붉고 그후에는 맑은 소변을 보는 경우는 ‘초기혈뇨’, 맑다가 배뇨가 끝날 무렵에만 붉은색으로 변하는 경우를 ‘종말혈뇨’라고 한다. 이처럼 출혈되는 시점에 따라 출혈의 위치를 어느 정도 가늠하기도 한다.

전혈뇨는 대개 신장, 요관, 방광의 출혈을 의미한다. 초기혈뇨는 대개 요도의 병변을, 종말 혈뇨는 방광의 염증이나 후부요도, 전립성의 병변을 의심하게 한다.
또 혈뇨의 색깔에 따라서도 병변의 위치를 어느 정도 판별한다. 선홍색인 경우 방광이나 하부요도의 출혈을 의미하고 암갈색의 커피색이면 신장이나 요관 같은 상부 요로의 병변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혈뇨에 따라 오는 증상 여부다. 옆구리의 격렬한 통증이나 하복부의 통증을 수반하면 신장이나 요관의 결석 질환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 고열이 함께 하면 신장의 급성 염증성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반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거나, 보아도 시원치 않거나, 마려웠다하면 급해지거나 배뇨시 통증은 방광자극 증상으로 방광의 염증성 질환(여성의 급성 방광염)을 의심할 수 있다. 병력이 길고 만성일 때는 신장 또는 방광 결핵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여성의 혈뇨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대부분이 배뇨가 끝날 무렵에 선혈이 몇 방울 떨어지거나 마지막 소변이 붉게 나오는 종말혈뇨가 많다. 혈뇨에 병행해서 오줌이 자주 마렵거나 배뇨할 때마다 전기에 감전된 듯이 짜릿하고 배뇨가 끝날 때 통증이 심한 것이 두드러진 증상이다.

그러나 같은 혈뇨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오줌 빛이 붉거나 급성 방광염에 대한 치료(대개 3~4의 치료로 완치된다)에도 오줌소태 증상이 지속되거나 혈뇨가 계속되면 우리나라에 흔한 요로결핵을 의심하게 된다. 이때는 신장촬영이나 내시경 검사같은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하게 된다.

또 중년여성의 경우 이유 없이 팬티에 혈액이 한 두점 묻어있으면 요도구 카룬클(육부라는 혈관종의 하나)을 생각하게 하며 간단한 전기 소작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여성에 있어서도 가장 큰 문제가 되는 혈뇨는 역시 무증상 혈뇨다. 오줌소태도 없고 그렇다고 허리가 아프지도 않은데 어느 날 우연히 변기를 들여다보니 붉은 오줌이 괴어있는 경우가 있다.

남성보다 휠씬 빈도는 낮지만 중년이상의 부인이라면 슬며시 찾아오는 신장이나 방광의 종양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방광암의 경우에도 여느 암과 같이 암이 방광 밖으로 퍼져나가면 근치 수술이란 없게 되고 주로 항암제나 방사선치료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항암제가 개발된 초기에는 주로 단독요법을 썼으나 지금은 주로 몇 가지를 섞어 병용요법을 하게 되는데 그 효과가 놀랄 정도다.

더구나 항암제 뿐 만 아니라 방사선 치료까지 겸용함으로써 더욱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이런 발전은 방광암의 예후를 좋게 하고 있으며 무조건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 박성주 기자

▶권성원교수 (이대동대문병원 비뇨기과)

초기엔 내시경통해 종양제거 / 개복않고 레이저치료 효과적
혈뇨 요로질병 이상 신호 / 미세출혈도 방심 말아야

“40~50대 이후 혈뇨가 있을 때는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해야 합니다. 혈뇨는 요로종양을 표시하는 적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화의대 비뇨기과 권성원 교수는 혈뇨가 나와도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거나 타과를 찾아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혈뇨는 소변이 형성되는 콩팥에서부터 소변이 흐르는 요관, 방광, 요도에 이르기까지 요로의 어딘가 문제가 있어 피가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혈뇨라는 증상은 요로의 어딘가에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이 있음을 나타내는 적신호라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이다.

“혈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안으로 띄는 혈뇨나, 겉으로는 깨끗한 소변인데 현미경으로 보면 적혈구가 나타나는 현미경적 혈뇨나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권 교수는 소변이 검붉거나 핏덩이가 섞여 나온다고 그 질병이 진행된 병이거나 악성을 의미하고, 현미경으로 보일 정도의 혈뇨라고 해서 질병의 초기이거나 가볍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혈뇨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느 연령에나 올 수 있고, 연령 성별에 따라 혈뇨를 나타내는 질병이 대체로 정해져 있어서 구분이 되고 있다.
“다행한 것은 X선 촬영기술, 컴퓨터 단층촬영장치, 우리 몸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신장 내부까지 다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시경의 발달은 혈뇨의 원인규명에 있어서 조금의 실수도 용서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이 내시경의 덕을 가장 많이 보는 의학 분야가 바로 비뇨기과학이다. 특히 내시경이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질병이 방광암이다.
“최근 동대문병원의 경우를 보면 60~70%가 내시경에 의한 수술로 바뀌었습니다. 절개하는 수술이 거의 사라져 간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내시경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비뇨기과학의 새로운 분야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내시경적 비뇨기과학(내비뇨기과학)이라는 독립된 비뇨기과학의 가지가 생겨나고 국제학회가 탄생된지도 10여 년이나 됐다.
“암과 투쟁하는 의사의 최대목표는 암이 전부 파괴되었는지, 얼마나 파괴되었는지, 암세포가 남아있는지,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입니다”

권 교수는 의심이 가는 환자에게는 나서서 검사를 권하고 치료를 사정하기도 한다.
“방광암 초기입니다. 절대 째지 않을 것이고 내시경을 통해 전기칼로 암을 제거할 것입니다. 나하고 인생을 같이 삽시다. 손자까지 보게 할 터이니 오라는 날 오고 내시경 검사를 하자면 무조건 하도록 하세요”

15년 전 검사를 극구 반대하던 환자는 결국 권 교수의 권유에 응했다. 그후 두 번의 재발이 있었지만 쌀알 만한 크기로 초기에 발견이 돼 전기칼절제술과 레이저광선 치료로 지금까지 권 교수의 약속대로 인생을 함께 하고 있다.


▶윤기덕교수 (고대구로병원 비뇨기과)

표재성 암세포 경요도절제술 / 근육 침범 근치적 방광적출술
수술1년내 재발률 70% / 3개월에 한번 정기검사

모든 암환자 치료가 그렇듯이 방광암환자의 치료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방광을 살리는 것이다.
고대의대 비뇨기과 윤덕기 교수는 “방광암은 가족력도 별로 없고, 연관이 있는 암도 별로 없는 암이기 때문에 혈뇨가 있을 때는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방광암의 70%는 표재성 방광암으로 빨리 병원을 찾는 다면 좋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표재성 방광암은 암세포가 방광 점막에만 있거나 또는 점막하 고유층까지만 있는 경우로 근육층까지 침범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물론 표재성에서 침윤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5∼30% 정도 되지만 침윤성암은 대부분 태생부터 다른 암으로 보면 된다.

윤 교수는 “일단 방광암으로 진단되면 방광 절제경을 이용한 경요도 절제술을 우선 시행하고 그후 지속적으로 관찰을 해야 한다”며 “표재성 방광암의 경우 재발할 확률이 약 70%에 이르는데 대부분 1년 이내에 재발한다”고 설명했다.

경요도 절제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약제들이 개발돼 왔지만 효과는 적다.
그러나 약 10년 전부터 BCG를 방광 내 주입해 국소적으로 면역력을 증강시켜 재발을 지연시키거나 방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경우 경요도 절제술 후 BCG 방광내 주입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했을 때는 암의 진행 여부에 관심을 갖고 과연 어느 시점에서 방광 적출술을 시행할 것인가를 심각히 고려하게 된다.
윤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요도 절제술 후에는 방광경으로 2년 동안은 3개월에 한번 정도로 검사하고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그 다음 2년 동안은 6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반면 암이 근육층을 침범했을 때는 근치적 방광 전적출술을 피할 수 없다. 일부 환자에서 암이 근육층을 침범했더라도 상부 근육층에만 암세포가 있는 경우 절제경으로 근치적 경요도 절제술과 함께 Cisplatinum을 base로 한 항암 화학요법을 사용하기도 하나 원칙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근치적 방광적출술 후에는 일반적으로 요로를 밖으로 빼는 ‘회장요로 전환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삶의 질 차원에서 회장이나 대장 등 여러 장기를 이용한 ‘정위성 방광 대치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이 방법은 수술 시간이 약 30분 정도 더 걸리고 암이 방광 경부나 전립선을 침범했을 때는 다시 체외로 요로전환술을 시행해야 하기때문에 방광 경부나 전립선에 암세포의 침윤이 없고 요도 절단면이 깨끗한 경우에 한해 시행한다.

윤 교수는 “침윤성 방광암의 약 30%는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어있어 수술 등의 치료로 효과를 거두지 못해 손을 쓸 방법이 없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빠른 치료만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혈뇨가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검사를 받아볼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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