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율 높은 ‘착은 암’…백신 접종으로 95% 예방

[질병탐구/자궁경부암] 발병원인 99% 이상 성 접촉 따른 HPV감염

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 2번째로 흔한 암으로 자궁경부암의 약 80%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발생 순위 7위의 암으로 연평균 5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을 정도로 여성에게서 많은 부인암이다. 

자궁경부암은 다행히도 원인이 밝혀져 있어 제때 백신 접종을 받으면 예방이 가능하고, 조기에 발견할 경우 완치율도 높아 ‘착한 암’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병기가 진행함에 따라 완치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치료에 따른 부작용도 많아 조기검진과 예방이 중요하다. 

◇ HPV 16·18형 70%

자궁경부암의 발병원인으로 99% 이상이 성 접촉에 의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virus)가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약 150여 가지의 HPV 종류 중 16과 18형이 자궁경부암 발생의 70%를 차지한다. 일반적인 암의 경우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나 자궁경부암은 원인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암 중에서는 유일하게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 백신을 접종하고,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다면 자궁경부암을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오해로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성관계 있어도 접종 효과적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성관계 경험이 있으면 접종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백신 접종이 성인 여성의 자궁경부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및 관련 질병에 대한 백신의 예방효과를 연구한 결과 HPV 6, 11, 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을 약 94%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기 예방률과 거의 동일한 셈이다.또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지난해 만12세 여성청소년 대상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률이 예상보다 낮은 이유 증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실시된 만12세 여성청소년 대상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사업에 약13만명이 참여했는데 이는 대상자의 약 28%(국가예방접종 도입 후 1차 접종기준)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바쁜 일상으로 자녀와 함께 병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 등을 접종률이 낮은 원인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자궁경부암 백신에만 발생하는 특이한 이상반응은 없고 이미 알려진 이상반응도 다른 영유아 백신과 비슷하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도 논란이 된 자궁경부암 백신에 안전성 문제가 없다고 반복적으로 발표했으며, 온라인 등에서 유통된 부작용 사례(복합부위통증후군, 불임 등)에 대해서도 유럽의약청 및 미국질병관리본부에서 HPV백신접종과 연관성이 없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 밖에 자궁경부암 원인으로 연령, 인종, 사회경제적으로 저소즉 계층, 성행위, 성교상대자의 특성, 흡연, 경구피임약장기복용, 성병을 가지고 있거나 면역기능이 저하된 여성, 정기검진을 받지 않은 여성, 비티민A, 비타민C, 엽산 등 일부 영양소 결핍, 비만이 있다.

◇20·30대 발병률 증가

전체 여성암 진료 중 자궁경부암비중은 약 7% 로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20‧30대에서는 10% 이상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궁경부암'에 대해 최근 5년간 심사결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년 약 5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고 있으며, 진료인원의 대부분은 3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30대 이하에서도 매년 2천명 이상 진료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2030대 자궁경부암 환자의 증가 원인은 주로 국내 청소년의 빨라진 성경험 시작 시기로 보는 견해가 많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경험이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성경험 시작 평균 연령은 13.2세를 기록했다. 성별로는 남학생은 13.1세, 여학생은 13.5세였다. 사춘기 시절 조기 성 경험은 자궁경부의 세포 성숙을 빠르게 진행시켜 자궁경부의 세포가 변하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HPV 감염에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2016년부터는 자궁경부암의 국가암검진 연령이 조정됐다. 20대의 자궁경부암 및 상피내암 발생이 증가하는 점을 감안해 검진 시작 연령이 30세에서 20세로 대폭 낮췄다. 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만 12세 이하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목록에 포함시켰다. 기존에는 전액 본인 부담이었으나, 전국 위탁 의료기관에서 주소지에 관계없이 무료접종을 받을 수 있다.

◇성인여성 3년마다 정기검진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자궁경부암에서 100%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주원인이 되는 16과 18형 외에도 다른 번호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암 진행까지 약 10~15년 정도의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는 자궁경부암의 특성상 정확한 정기검진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암검진 권고안에서는 20세 이상 여성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자궁경부암 검사를 3년마다 받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상피이형성증 등 병변을 조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암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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