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폐기능 회복 안돼 '소리없는 살인자'

[질병탐구]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기능 50% 이상 손상돼도 증세 거의없어…주원인은 흡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은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서 기도가 좁아지는 증상으로 이 때문에 폐 기능이 저하돼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는 병이다.

증상이 심각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도 불리며 흔히 폐암보다 더 무서운 병으로 지적된다. 폐암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COPD로 떨어진 폐 기능은 다시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COPD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사망률은 세계 4위, 국내 7위일 정도로 심각한 질병이다. 국내에서는 40세 이상에서 약 14%가 COPD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여성보다는 남성이 이 질병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및호흡기학회에 따르면 COPD는 국내 성인 40세 이상에서 14.6%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남성의 유병률은 23.4% 수준으로 여성(7.9%) 보다 높았다. 70세 이상 남성 환자는 최근 5년간 약 2만명이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연령별로 봤을때도 70대 성인 유병률이 38.4%로 높았다.

◇주범은 ‘흡연’

COPD의 대표적인 발생 원인으로는 흡연을 꼽고 있다.
COPD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과 관련이 있을 정도로 흡연이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다. 폐기능의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기침이나 가래, 경미한 호흡곤란을 겪다가 중증이 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촛불을 끄기 힘들 정도로 호흡량이 부족해진다. 심하면 합병증이 동반돼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작업장에서의 분진이나 대기오염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의에 따르면 장기간 담배를 피우면 염증세포가 기도 내에 증가하게 되고 증가한 염증세포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매개물질들로 인해 허파꽈리의 벽이 녹아 터지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염증세포들을 더 모아들여 기도의 염증을 악화시킨다. 가래를 제거해주는 섬모운동을 억제하고 담배 연기에 포함된 산화성 물질들이 정상적인 기관지나 허파꽈리의 세포를 죽여 기능을 억제하기도 한다.

COPD는 증상만으로 기관지 천식이나 폐암, 심부전증, 염증성 폐질환, 기타 호흡기질환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천식은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반면에 COPD는 기관지와 폐 자체의 손상에 의해 회복될 수 없는 기도 폐색으로 폐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증상을 나타낸다.

COPD는 이른 아침에 심하게 기침을 하고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반면 천식은 주로 밤에 또는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에 노출됐을 때 증상이 발생한다. 천식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증상이 날마다 다른 반면 COPD는 중년기에 들어 서서히 시작되며, 대부분 오랫동안 흡연한 사람들에게 잘 발생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번 손상된 폐기능은 회복이 어렵지만 금연을 하면 증상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폐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조기발견과 예방조치를 통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COPD환자 폐암 유발 가능

하루가 멀다하고 도시를 회색잿빛으로 채우는 미세먼지는 각종 유해물질이 농축된 채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몸에 축적된다. COPD 환자가 미세먼지를 많이 흡입하게 되면 급성악화는 물론 만성기관지염, 폐렴,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기능이 떨어진 폐에 계속해서 미세먼지가 유입되면 폐암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천웅 교수는 “기침, 가래, 재채기 등 감기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기관지염, 폐렴 등 이차 세균감염이 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기관지천식이나 COPD 등 만성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는 급성악화로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유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