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장기 肝 소리없는 경고…중년男 절반 발병

[질병탐구/지방간]

방치하면 지방간염·간경변증 악화…심하면 간암으로
음주· 비만 주원인… 치료 위해선 생활습관 개선 필수

우리나라 4,50대 남자 사망원인 1위는 바로 간질환이다. 간질환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간의 경우, 우리나라 40~50대 중년남성의 절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간은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둘 경우 지방간염, 간경변증으로 악화돼 생명을 위협한다. 여기에 소리없이 찾아오는 건강 적색경보인 지방간은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간은 음식물을 일차적으로 걸러내는 우리 몸의 수문장이다. 영양분의 대사와 저장, 단백질과 지질의 합성, 면역 조절 등 정상적인 신체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생화학적 대사 기능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간은 이 처럼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아무리 망가지더라도 이상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는 침묵의 장기로도 유명하다.

◇지방간이란

정상간에서 보면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정도인데 이보다 많아지면 지방간이라 불리게 된다. 지방 중에서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이 간세포에 축적되는데 음식물 등을 통해 섭취한 지방질을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지방간이 발생하게 된다. 지방간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화, 더 나아가 일부는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간 때문에 진료를 받은 인원은 매년 40여만 명에 이르며, 50대 환자가 가장 많았고 40대, 60대, 30대가 뒤를 이었다. 성별 진료인원은 남성이 여성보다 약 1.7배 많았다.
단순 지방간은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질환이며 실제로 단순 지방간의 대부분은 심각한 간질환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방간 환자 중 일부에서는 지방간염으로 발전할 경우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반응을 동반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지방간염 단계를 거쳐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인 간경변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원인

지방간의 주된 원인으로는 음주와 비만이다. 혈중에 지방질이 높은 고지혈증과 당뇨병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술은 건강에 여러가지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가장 위험한 장기가 간이다.
지방간은 그 원인에 따라서, 알콜성 지방간과 비알콜성 지방간으로 분류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하루에 40g(4잔)이하의 음주를 하는 사람에서 지방간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지방간의 형태 중의 하나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간에서 지방합성이 촉진되게 되면서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초기 지방간은 단순히 술을 끊고 충분하게 휴식을 취하게 되면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적인 음주는 30% 정도가 알코올성 간염과 지방간이 발생하고 되고 그 중 10%는 간경변으로 진행돼 건강에 위험한 위험요소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과체중이나 비만(복부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요인이 있다. 드물게 피임약 등 여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제를 오래 복용하는 사람들에서 지방간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급작스러운 체중감소나 체중감소를 위해 수술을 한 후에도 심한 지방간이 올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란

이전에는 영양섭취가 부족해 이와 연관된 많은 질환이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영양섭취의 과다로 인한 질환이다. 당뇨, 고혈압과 같이 비만, 과체중으로 인해 나타나는 질환인 셈이다.

대한간학회의 간 기능 검사 통계에 따르면 성인남녀 100명 중 지방간 판정을 받은 자는 모두 62명으로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높은 수치보다 더 놀라운 것은 알코올성 지방간이 15명에 불과한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47명으로 두 배 이상 높았다. 또 비알콜성 지방간 판정을 받은 사람 중 복부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의 대사질환을 가진 사람이 70%에 달했으며 특히 40대 남성들의 경우 96%가 지방간과 함께 대사성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의학자들은 지방간이 단순한 간 질환이 아니라 대사질환의 한 경고증상으로 보고 있으며 지방간을 방치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인 대사증후군이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비만한 중년여성과 청소년들에게 지방간이 발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나친 칼로리 섭취는 간 내 지방 축적을 일으킨다. 간이 정상적으로 지방을 처리·분해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했을 때 많은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다. 비만, 당뇨, 고지혈증일 경우 지방간이 잘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의 지방간 환자들은 중년에 생기는 복부비만 및 과체중에 의한 것이다.
과한 음주, 급격한 체중 감량, 영양부족 역시 지방간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과체중이나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체중을 많이 줄인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여성 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약제의 장기복용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중년 이후 생기는 복부비만 및 과체중과 연관돼 있다.

◇증상

지방간은 특별한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간 자체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가장 흔히 알게 되는 경우는 건강검진을 받은 뒤 간수치(ALT, AST) 이상이나 복부초음파 검사상 지방간으로 판정받아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지방간이 있을 경우 피로감을 자주 느끼거나 간혹 오른쪽 윗배의 불편함과 통증이 생긴다. 이런 증상은 다른 질환으로도 나타나며, 간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간질환의 일반적인 증상인 피로감, 무기력감, 허약,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술을 과음한 후에 생긴 급성 지방간도 오른쪽 갈비뼈 밑 부위의 통증과 더불어 혈액 검사에서 담즙 정체의 소견을 보일 수 있다. 만성 음주력, 당뇨, 비만 등의 소인을 가진 환자에서 경미한 간 기능 이상이 관찰되고 진찰시 전반적으로 부어있는 간이 촉진되면 지방간 진단을 의미한다. GOT/GPT가 높아지면 간의 염증, 즉 지방간염과 흔히 연관되며 GOT치가 GPT치보다 두 배 이상 상승되면 알코올성 간질환 진단이 내려진다. 전문가들은 지방간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과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진단과 치료

간이 나빠질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여 혈액을 통한 간기능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CT, MRI 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며 간혹 확진이 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게 간생검을 통한 조직검사도 시행한다.

지방간에 대한 특정한 약물치료는 없다. 하지만 반드시 원인이 되는 요인의 제거를 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량 증가, 체중감소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다. 또 지방간과 관련된 요인, 즉 당뇨병, 비만, 복용약물 등의 원인을 치료 또는 조절해야 지방간도 좋아진다.

술은 절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민간요법, 생약제 등의 사용은 자제하고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약제가 있을 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병이 있는 경우 적절한 혈당 조절이, 고혈압이 있는 경우 혈압 조절과 고지혈증 등의 치료가 중요하다.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부분 비만한 환자에게서 발생되며 대사증후군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대사증후군의 적신호라고 생각하고, 식이조절과 운동을 통해 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호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절한 체중감량과 운동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간장보호제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켜 주는 약물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무리한 체중 조절로 몸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미네랄성분, 영양분들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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