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몸에서 인간 장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여러 가지 원인들로 장기이식이 필요한 질환이 늘어나고 이에 대응해 장기이식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뇌사자 및 사체의 장기기증 문화가 확산되지 않아 이식 장기의 공급률이 수요에 비해 적은 편이다.
지난해 5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이종이식용 돼지 '믿음이'의 각막을 이식 받은 원숭이가 면역억제제의 도움 없이 1년 이상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종이식은 동물의 세포와 조직, 장기 등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으로 이식할 장기가 부족한 현 의료체계의 문제를 극복할 차선책으로 학계에서는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의 심장이나 신장, 간 등을 이식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당장 성과가 나오는 일이 아닌 데다 연구비가 많이 드는 분야라 연구진이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종이식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로 임상시험이 가능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윤익진 교수를 만나 이종이식 연구에 대해 들어봤다.
Q. 이종이식 연구는 다른 연구들보다 연구비가 많이 들어가는 동시에 성과를 단정지을 수도 없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12억 9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는데 소감은?
A. 다른 연구 단위에 비해 저희가 큰 규모의 연구비를 받았다. 하지만 이종이식 분야는 집중해서 연구하게 되면 여러 가지 비용들이 많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결코 많은 돈은 아니다. 또 원숭이 한 마리를 가지고 이종이식 실험을 한다고 하면 정확한 액수는 아니지만 3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어떻게 보면 ‘빛좋은 개살구’다. 돈을 엄청 많이 받고 하는 것 같지만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선 1년에 10마리 이상은 해야 좋은 성과를 얘기할 수 있다. 원숭이 자체 가격도 그렇고 면역억제제 등 여러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특히 우리나라 국가 사업 연구는 문제가 많다. 이는 연구 선정이나, 공정성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많이 나눠 주는 스타일이며, 현재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대로된 성과가 나오기 어려우며, 여러 연구자들이 부분적인 연구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보다 정책적으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Q. 국내 이종이식의 분야와 수준은?
A. 현재 국내에 이종장기이식을 연구하는 팀은 많지 않다. 서울대학교 병원에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만든 XRC(Xenotranplantation Research Center)는 큰 사업단으로 당뇨병 치료를 위한 이종췌도이식과 이종각막이식 등에서 큰 성과를 얻었으나 장기이식에 대한 연구는 지지부진한 편이다. 우리팀은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고 축산과학원에서 개발된 형질전환돼지의 장기를 이용해 장기이식을 연구하는 국내 유일한 팀으로 심장, 신장, 각막 이식 등을 연구하고 있고, 아직 국제 수준에서는 많이 떨어지는 성적이지만, 시작이 늦은 것에 비해 각종 장기 이식의 생존 성적을 조금씩 향상시키고 있다. 우리팀의 신장이식 후 최장 생존기간은 32일이고, 심장은 60일 정도로 모두 우리나라 최초의 최고 성적이다. 국제적으로는 이들 장기 이식 성적이 심장은 3년이 넘었고, 신장도 일년 이상 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성적을 향상시키고 장기 생존의 걸림돌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연구를 계속하는 중이다.
Q. 이종장기 이식의 장점과 가장 큰 문제점은?
A. 가장 큰 장점은 부족한 장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이식을 원하는 사람에 비해 공급되는 장기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종 장기이식이 성공한다면 이 문제는 단번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장기 매매 등 사회 문제화 되는 이식 관련 범죄 등도 사라질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과학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때 윤리학적 문제라고 생각된다. 동물의 장기를 갖고 사는 사람이 사람인지 동물인지 하는 우스개소리도 아닌 농담이 실제적으로 심각한 윤리적 가치관의 혼돈을 갖고 올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동물을 매개로 하는 수인성 감염같은 문제는 처음에는 발견되지 않다가 나중에 문제화될 수도 있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시도 자체가 갖고 있는 부자연스러움은 지금 우리가 예상도 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생각보다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용하는데 필요한 면역학적, 생리학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너무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이러한 문제가 아직도 많이 해결되지 못했는데, 곧 이종장기이식이 실용화될 것이라고 선전하는 사람, 매체 등도 매우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Q. 최근 돼지 각막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성공하는 첫 성과가 나왔다. 소감은?
A. 동종각막이식은 거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잘 유지된다. 이는 각막이라는 장기가 갖는 면역학적 특수성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장기 생존을 보이는 국내 연구진의 각막이식은 매우 강력한 이식면역억제제를 이용해야만 그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 이것은 실제 임상에 응용될 수도 없고, 이 상태에서 임상시험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종장기이식의 성공을 얘기하려면, 동종이식에 준하는 면역억제 요법을 사용하는 환경이어야 하고, 특히 각막같이 다른 장기에 비해 부족함이 훨씬 적은 장기에서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쓰는 이종각막이식 모델은 그저 연구를 위한 연구다.
우리팀이 시도한 돼지 각막 이식은 부분층 각막을 이식하고 동종 각막이식에 준하는 최소의 면역억제제인 스테로이드 점안액만 사용한 것이다. 이는 면역학적으로 예민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전층 이종각막이식에 대한 형질전환이나 다른 기법에 의한 극복이 이뤄지기 이전에 이종각막이식이 현재의 동종각막이식의 혜택을 받기 힘든 일부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종각막이식에서도 부분층 이식이 차지하는 비중에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데, 만일 이종부분층 각막이식이 최소의 면역억제로 충분히 기능을 하고 생존한다면 부족한 동종각막이식을 보완할 수 있는, 그 임상적 의미는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Q. 국내서 사람에게 동물의 각막을 이식하는 적용시대는?
A. 이종 부분 각막이식의 생존이 국제 기준에 부합될 성적이 되면,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임상시험에서 실제 임상적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할 정도의 성적이 나오면 그다음에는 임상 시도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이 시기기 언제 올 것인지에 대한 성급한 전망이 전체 이종이식 연구를 망칠 수도 있다. 다만, 이제 말할 수 있는 것은 실제적으로 임상적용을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전보다 한층 높아지고 있다.
Q. 이종장기 이식 연구는 앞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구체화될 전망으로 나오고 있다.
A. 고부가가치의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향후 임상적으로 가능하게 된다면 엄청난 수요가 생길 것이고, 이에 공인된 장기 제공 형질전환돼지의 가격은 상상하기도 힘들 고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는 지금보다 돈이 없어서 이식을 못 받게 되는 일이 더 많이 생기는 비극적 아이러니가 심화될 수도 있다. 지금 미국 같은 경우 여러 동물생산 업체가 대량의 투자를 통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향후 형질전환돼지의 기준을 정하고, 법적으로 자신들이 인정하는 방법만 이식용 동물로 사용하게 하고, 그 노하우를 독점한다면, 단순히 부가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경제학적으로 의료 종속화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먼 얘기인 것 같기는 하지만 형질전환 돼지나 그 돼지의 장기는 ‘공적 재료’로 간주하고, 이윤을 추구할 수 없게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본주의 논리대로라면 막대한 민간자본이 투여된 미국의 회사 등이 이윤추구를 하겠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로 정부지원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국가 주도의 정책입안의 가능성이 쉬운 우리나라 같은 국가가 더 열심히 연구하고 성과를 이뤄야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이종장기 이식 연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Q. 동물의 장기나 세포로 병을 치료하는 이종이식은 법규정 자체가 없는데, 정부에 바라는 점은?
A. 꼭 정부에만 바란 다기 보다는 이 사회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 이종장기이식의 연구 등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자들은 연구비도 받아야 하고 여러 지원이 필요하기 위해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한 비판과 올바른 판단을 이 사회가 꼭 해줘야 한다. 지금 법안이 없어 시행을 못하는 것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는 묻고 싶다. 이 사회가 이종장기이식을 윤리적으로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그 점에 대해서는 설령 부정적 시각이 지배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해도 꼭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지는 못한다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법을 제정하고 그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공청회와 의견 수렴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 비록 이종장기이식을 연구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면, 그런 연구와 시행은 이뤄지지 말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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