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의 미흡한 헌혈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임산부가 복용하면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헌혈금지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의 혈액이 채혈되어 무방비로 유통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적십자사는 임산부가 복용하면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는 아시트레틴, 아큐탄 등의 의약품을 헌혈금지약물로 지정해 이 약을 복용한 사람들의 헌혈을 일정기간 금지하고 있다..
헌혈금지 약물로 지정된 의약품은 건선치료제, 전립선비대증치료제, 남성탈모증치료제, 여드름 치료제 등이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헌혈금지약물 복용자 채혈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헌혈금지약물 복용자의 헌혈이 총 2740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수혈용으로 출고된 사례는 무려 163건, 293유닛에 달했고, 의약품 제조를 위한 분획용으로 출고된 사례도 103건, 103유닛이 있었다.
금지약물별로 살펴보면 여드름 치료제가 총 41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1925건 순으로 나타났다.
헌혈금지약물 복용자로부터의 채혈은 헌혈 전 문진 단계에서 금지약물 복용여부를 스스로 밝히지 않는 경우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심평원,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혈액사고방지 정보조회시스템’을 구축하고 매일 금지약물 처방정보를 제공받아 금지약물 복용자로부터 채혈된 혈액의 출고를 막고 있다.
선진화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에도 문제혈액이 출고까지 된 사건에 대해 적십자사는 “현재 파악되고 있는 헌혈금지약물 복용자의 혈액 출고 대부분은 요양기관에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처방정보의 등록이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되는 문제 등으로 정보가 제대로 넘어오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적십자사의 기관간 약물처방정보 공유 현황을 점검한 결과, 적십자의 해명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재 적십자사는 법무부 소속 교도소, 구치소, 보호소, 소년원 등 교정시설에서 처방되는 약물정보를 전혀 공유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무분별하게 이들 기관으로부터 단체헌혈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연도별 법무부 소속 교정시설 헌혈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헌혈실적은 무려 5369건에 달했다. 이로부터 생산된 혈액제제 1만5702유닛 가운데 1만2967유닛은 수혈용으로 공급되었고, 2213유닛은 의약품 제조를 위한 분획용으로 공급됐다.
심지어 적십자사는 이러한 문제를 알고서도 약물처방정보 공유는 심평원의 역할이라며 책임만 떠넘기고, 법무부와 정보공유에 대한 직접적인 협의를 단 한 차례도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헌혈금지약물의 경우 복용 후 헌혈금지기간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영구히 지속되는 의약품이 있다. 교정시설 재소자가 출소 전 시설 내 의무시설에서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교정시설 내 헌혈금지약물 처방정보 공유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정숙 의원은 “혈액부족을 핑계로 안전성조차 담보되지 못한 혈액을 채혈하고 유통한 것은 물론, 정보공유 미흡의 문제점을 알고서도 방치한 적십자사의 행태는 안전불감증을 넘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인 것”이라며 “즉시 법무부와의 협의를 실시해 헌혈금지약물 처방정보를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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